매일신문

불로 완성한 회화…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노비스르프 개인전

24일까지 갤러리명봉

Iris, 162.1x227.3cm, Fire, Acrylic on Canvas, 2022.
Iris, 162.1x227.3cm, Fire, Acrylic on Canvas, 2022.
Gogh, 145.5x112.1cm, Fire, Acrylic on Canvas, 2020~2022.
Gogh, 145.5x112.1cm, Fire, Acrylic on Canvas, 2020~2022.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가 노비스르프 작가의 전시 '역설의 바니타스: Johanna'를 갤러리명봉에서 열고 있다. 노비스르프는 올해 어울아트센터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 선정 작가다.

그의 작품 재료에는 '불'이 빠지지 않는다. 언뜻 보면 흰 물감으로 섬세하게 그린 듯한 그의 그림은 불로 완성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특정 안료를 섞어, 마르면 투명하게 변하는 흰색 물감을 여러차례 중첩해 캔버스 위에 올린다. 붓질로 투명한 그림을 완성한 뒤, 그 위에 토치로 '불질'을 하면 마치 마법처럼 잿빛의 흰색이 드러난다.

그는 이 작업을 20년 넘게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캔버스 위의 안료와 물성이 불이라는 매개를 만나 새롭게 변이, 탄생하는 회화 작업이다.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려하게 형상을 드러내게 하는 것은 불이지만 이전에 수많은 선들을 그어내는 섬세한 붓질이 바탕이자 필수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이혜원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 평론을 통해 "일반적인 회화가 물감이 묻은 붓을 캔버스에 가져다 대면서 드러나는 색과 형상이 어우러져 완성된다면, 작가의 회화는 굉장히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인 붓질을 했음에도 드러나지 않는 형상을 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활시킨다"며 "산소가 있어야 불이 존재하듯, 작가 내면의 이야기들과 노동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탕의 준비 단계들이 차곡히 쌓여 '불 그림'의 존재 이유가 뚜렷해진다"고 말했다.

갤러리명봉 전시장 전경. 어울아트센터 제공.
갤러리명봉 전시장 전경. 어울아트센터 제공.

작가는 불로 드러난 형상 위에 다시 물감을 덮고, 또 토치를 집어들기를 반복한다. 과거의 흔적들을 붓으로 그린 뒤 불로 환생시키고, 그 위에 부분의 기억을 새로 덮어 또다른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셈이다.

결국 그의 작품은 불을 연소시킴으로써 회화가 다시 살아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생명력을 가진 불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얘기와 시간이 축적된 과정들이 필수다.

한편 노비스르프 작가는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2015년 대구예술발전소 우수작가, 대구문화예술회관 '2022 올해의 청년 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포르쉐코리아가 신진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드리머스 온' 캠페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24일까지. 053-320-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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