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심해 아름다움 속에…'가족의 성장' 인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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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설리가는 하나다. 아버지가 지킨다. 그것이 아버지의 존재이유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드디어 개봉했다. 놀라운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나온 지 13년 만이다. 그동안 숱한 루머와 억측, 추측이 난무했던 것은 이 영화를 그렇게 기다렸다는 반증일 터. 한국 개봉을 처음으로 전세계인들에게 공개됐다.

전편이 미래 테크놀로지와 SF적 상상력, 문명의 서사가 어우러진 스펙터클 대작이었다면 2편은 이를 가족애와 수중세계로 눈을 돌렸다. 스크린이 거대한 아쿠아리움이 돼 볼거리 가득한 해양 판타지 액션이 펼쳐진다.

시간 배경은 전편에서 약 10년이 흐른 뒤. 나비족이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가족을 이루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부부가 낳은 세 자녀와 입양한 둘까지 포함해 모두 7명의 대가족이다. 그러나 제이크 부부를 노리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더 이상 부족은 물론이고 자신들마저 지킬 수 없게 된다. 결국 제이크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토르크 막토의 지위를 놓고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들이 도착한 곳이 해양 종족인 메트케이나 부족이 살고 있는 섬이다. 바다 속 생물들과 영적 교류를 하며 평화롭게 살던 이들은 제이크 가족이 못마땅하지만 이내 받아들인다. 그러나 위협은 이곳까지 미치고,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들에게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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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아바타'는 모두 5편까지 연작으로 제작된다. 이미 촬영을 마친 3편이 내년에 개봉되고, 2026년 4편, 2028년 5편을 마지막으로 20년에 걸친 제임스 카메론의 대장정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아바타2'는 그 대장정을 볼 때 숨고르기의 속편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좋아하는 '물'(해양)을 작정하고 마음껏 요리한다.

그는 '어비스', '타이타닉' 등 바다와 심해, 그 속의 생물과 미지의 세계에 대해 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때 하지 못했던 심해의 신비로운 표현을 이번에 다 쏟아낸다. 거친 파도와 포말에서부터 일렁이는 물결, 빛을 내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심해 등 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없는 것들을 모두 그려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한다.

거기에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해양 생물 등 '아바타'를 관통하는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환경과 문명관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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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여전히 2편에서도 악당은 인간이다. 그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거대한 해양 생물을 포획해 뇌 속에 있는 참기름병 하나 정도의 물질만 채취하고 버린다. 마치 향유고래를 죽여 기름만 얻고 버리던 옛 포경선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제이크 부부와의 악연이, 전편에서 사망한 쿼리치(스티븐 랭) 대령이다. 그는 인간이 가진 잔혹하며 반문명적이며 복수라는 가장 소모적인 욕망의 화신이다. 네이리티의 화살에 맞아 사망한 그를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을까. 제임스 카메론은 대체인물을 찾기보다 그를 다시 살리는 것을 선택했고, 1편에 이어 그와의 대결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그려진다.

1편이 자연과 문명의 대결이라면, 2편은 정서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캐릭터 속으로 들어간다. 제이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단 피하는 성격을 드러낸다. 총각 때 토르크 막토를 타고 종횡무진하던 그가 아니다. 이제 아버지이고 가장인 것이다. 가족애, 그 중에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중심으로 극의 흐름이 이어진다. 네이티리 또한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혼을 불사르는 엄마로 제이크와 각을 세운다. 메트케이나 부족장 아내 로널(케이트 윈슬렛)의 비중이 커지면서 모성애 또한 부성애 못지않다.

시리즈를 보면 1편이 부부의 탄생이라면, 2편은 가족의 성장이다. 아버지 또한 성장한다.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제이크가 깨닫는다. 제이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뜻밖에 떠난 새로운 환경,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갈등, 그리고 그들과 화합과 더 큰 모험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서사는 매우 익숙한 플롯이다. 인간사 어느 가족이나 모두 겪을 일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익숙한 서사를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의 스펙터클 화면으로 포장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1편 또한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이라는 너무나 익숙하고 주제였다. 기술에 대한 그의 집착과 고집 때문이다. 창의적인 서사는 중요하지 않다. 영상혁명이라 해도 좋을 기술적 성취를 누구보다 먼저 보여주는 시대적 혁신성이 그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아바타2'도 아이맥스, 4DX, 수퍼4D,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아바타2'의 러닝타임은 3시간 12분이다. 긴 엔드 크레딧을 빼도 3시간이 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화려한 '물'의 표현에 매료돼 눈과 귀가 즐거운 속편이었다. 192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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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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