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 시한을 불과 하루 앞둔 14일에도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공식 협상은 진행하지 않은 채 서로 최종 협상안을 내놓으라고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원내의석 과반(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여당이 이날까지 최종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자체 수정 예산안을 15일 제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수정 예산안을 언급하고 있지만 '소속 국회의원과 정치적 텃밭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요구는 내년도 예산안에 담아야 한다'는 내부 반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일방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갑)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이날까지 최종 협상안 제시를 요구한 데 대해 "우리가 최종 협상할 수 있는 건 없고, 오히려 민주당이 최종협상안을 내달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들이 정권 교체해 윤석열 정부가 일하도록 했으면 첫해는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도 안 들어주면서 자신들 정권 때 안 했던 예산까지 새로 넣겠다는 것이야말로 억지고 무리"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자체 단독 수정안 처리 방침에 대해선 "진짜로 갑질이고 힘자랑이고 나라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며 "후폭풍을 감당 못 할 것이다. 협상하기 위해 꺼낸 말이겠지만 결코 그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이) 끝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民心)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불요불급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낭비성 예산은 줄이고, 경찰국 등 위법 시행령 예산도 반드시 삭감하겠다"며 "감세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유리 지갑 직장인들, 고금리에 월세 부담으로 신음하는 많은 국민께 더 두터운 혜택을 드릴 것"이라고 수정안의 윤곽을 설명하기도 했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정면대결을 이어감에 따라 예산안 처리는 15일을 훌쩍 넘겨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표결 시한을 더 미뤄 '2차 연장전'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안 수정안 처리는 전례가 없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와 호남 권역 사업 예산 가운데 최소한은 예산안에 담아야 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도부가 수정안 처리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분간은 야당의 '엄포'와 여당의 '국정 발목 꺾기를 멈추라'는 반박이 반복되는 지루한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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