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48> 달까지 가자

송연희 수성도서관 사서

달까지 가자(장류진 지음/ 창비 펴냄)
달까지 가자(장류진 지음/ 창비 펴냄)

인사이동으로 수성도서관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독서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근하고 저녁 시간을 할애해서 독서회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서회 회원들의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책 가까이에서 일해도 책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을 참 어려워했지만, 동료의 추천으로 독서회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

첫 토론 선정 도서는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였다. 제과회사 직장인 다해, 은상, 지송 세 명의 가상화폐 투자에 관한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월급쟁이 일상 속에서 코인 투자에 한발 먼저 뛰어든 은상의 권유로 그들은 삶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나도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덮지 못하고 금방 읽어 내려갔다. 책장을 넘기면서 코인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고 떨어지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같이 초조하기도 했다.

저녁 7시, 편안한 분위기에서 동료의 책 소개와 책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독서회는 시작되었다. 책 본연의 이야기 외에도 돈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나, 돈과 같이 내가 삶을 살면서 이것만은 꼭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이야기하고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으며 나 혼자만의 시선으로 생각할 때는 몰랐는데,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각양각색이었고 그중에서도 나에게 있어서 돈만큼 소중한 가치를 얘기하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았다. 돈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소득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나 꿈과 같은 이야기들이 대화를 보다 풍부하게 해주었다. 직장인이 다 같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을 같이 공유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다해와 달리 같이 투자를 시작하지 않으려 했던 지송이가 주변에서 코인이 계속 오르는 얘기를 듣고 언니들이 코인에 집착하면서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혼자 손해를 보는 것 같고 무언가 잃은 것처럼 느낀 그 기분은 그들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신경이 쓰이는 이질적인 인물의 속내를 잘 표현했다. 무언가 다른 세계에 빨려 들어가는 듯하면서도 우리에겐 이 길밖에 없다는 단호한 표현이 무엇보다 흡입력이 있었다고 한 회원의 얘기가 기억에 남았다.

독서회를 통해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모여 평소 일과시간 외에 책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고,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다른 회원들을 만나서 들은 세상 이야기는 아직 많은 경험을 겪지 않은 나에게 또 다른 배움의 기회가 됐다. 한편으로 독서회를 차분히 진행하는 동료 선생님을 보며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이끌어가는 사서의 역량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전 마음에 들었던 당차고 빛나는 책 제목처럼, 나도 사서로서, 직장인으로서 점점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송연희 수성도서관 사서
송연희 수성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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