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시간 조사 박지원 "국정원 문서삭제 가능 처음 알았다"

'원천 삭제 불가' 주장 번복
"삭제 지시 없었다"…기존 입장 유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가운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보고서의 삭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14일 밤 10시 32분쯤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전부터 국정원에는 '삭제'라는 게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오늘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라며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모든 국정원의 문건은 메인 서버에 기록이 남아 완전히 삭제하는 건 불가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이날 수사를 통해 알았다고 말한 것이다.

다만 보고서 삭제 지시를 받지도 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은 이어갔다.

사건 당시 실제로 삭제된 문서가 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박 전 원장은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삭제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후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이 회의에서 박 전 원장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국정원에 첩보 보고서 46건의 삭제를 지시한 걸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이씨 유족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다만 검찰이 서 전 실장을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했고,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절제하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문 전 대통령 직접 조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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