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조수미 콘서트는 티켓 오픈 때부터 지역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보다 관람료가 30~50% 비쌌던 탓이다.
아양아트센터는 지난달 4일 '조수미 콘서트: 인 러브' 티켓 오픈을 하면서 R석 20만 원, S석 18만 원, A석 15만 원, 시야방해석 16만 원으로 관람료를 책정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같은 공연 요금은 R석 15만 원, S석 12만 원, A석 10만 원, B석 8만 원, C석 5만 원이었다. 아양아트센터 시야방해석 요금이 예술의전당 최고가 요금보다 비쌌다. 게다가 예술의전당 공연엔 대구를 비롯한 지방 공연 출연진 외에도 대중에게 친숙한 첼리스트 홍진호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추가로 포함됐다.
반면, 같은 공연이 열리는 타 지역 공연장은 예술의전당과 비슷한 수준의 티켓 요금을 책정했다. 용인 포은아트홀은 VIP석 15만 원, R석 12만 원, S석 9만 원으로 예술의전당 수준이었다. 수원 경기아트센터와 부산 드림시어터도 VIP석 14만3천원, R석 13만2천원, S석 11만 원으로 비슷했다. 이천아트홀 공연은 R석 12만 원, S석 10만 원, A석 8만 원, B석 6만 원선으로 다소 낮았다.
이런 이유로 아양아트센터엔 티켓 오픈 이후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대구 공연엔 특별한 출연진이 있는 건가"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VIP 공연인가" 등에 대한 것이었다. "예술의전당이 SRT 수서역에서 가까운데, 이 가격을 치를 바엔 차라리 서울 공연을 보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일부 공립 공연장 관계자 사이에서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란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아양아트센터 관장은 "민간 기획사가 수익을 위해 책정한 요금을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아양아트센터가 민간 기획사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공연제작사가 해당 기획사에 판매한 금액은 1억2천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아양아트센터는 이 중 5천만 원 정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장은 아양아트센터는 1천100석 정도로 공연장 규모가 작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천500석)과 부산 드림시어터(1천700석) 등 2곳을 제외하면 아양아트센터와 비슷한 1천200석 내외 규모다.
관장은 또 "2004년 공연장 개관 이후 지금껏 조수미 공연을 한 적이 없다"며 조수미 공연을 어렵게 '유치했다'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표방하면서도 티켓 가격은 대한민국 최고가다. 게다가 조수미 공연은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전국 5개 이상 도시에서 열렸다.
공연물 유통과정에 불필요한 기획사가 끼어든 게 가격이 높아진 원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아양아트센터는 이 공연을 위해 더존테크윌이란 업체와 계약했고, 자회사로 추정되는 스튜디오더존이란 업체가 공연을 주관했다. 더존테크윌은 공연기획과는 관련이 없는 정보관리업체다. 스튜디오더존도 음반 기획‧제작이 주요 사업이다.
며칠 뒤, 관람료에 문제가 없다던 아양아트센터는 금액을 4만~6만 원씩 내려 티켓을 재오픈했다. 앞서 구매한 사람들은 요금을 환불받은 뒤 다시 티켓을 구매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공연은 잘 마무리됐지만, 뒷맛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공립 공연장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공공 극장이 갈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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