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강성모 씨의 아내 고 서분숙(르포작가) 씨

"당신이 남긴 것들 세상과 연결하는 작업,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을게요"

2013년 미술학원에서 강성모 씨 가족이 함께 촬영한 사진. 맨 왼쪽이 고 서분숙 씨. 가족 제공.
2013년 미술학원에서 강성모 씨 가족이 함께 촬영한 사진. 맨 왼쪽이 고 서분숙 씨. 가족 제공.

월요일 아침, 울산광역시 노옥희 교육감의 부고소식을 받고 문상을 갔습니다.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망하기 그지 없었는데 장례식장에서 노 교육감의 부군이신 천창수 선생님을 보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2년 6개월 전 동지이자 아내인 서분숙 작가를 떠나보내고 난 뒤 힘들다고 느껴지는 나의 삶처럼 '저 분도 누군가를 잃은 아픔이 시작 되겠구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슬픔을 이겨 내야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며 옵니다.

나 또한 서분숙 작가를 하늘로 보내고 난 뒤 하염없는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 밤이면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과거가 되어버린 아내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합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태어난 서 작가는 엄혹한 시절 대학을 다니며 문학활동을 해 왔고,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현장문학으로 써 왔습니다. 서 작가는 글을 통해 세상 어두운 곳의 진실을 기록하려는 기록 작가였으며, 민중들이 권력이나 힘 있는 자들로부터 탄압받는 현장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취재하고 글을 남기는 르포 작가였습니다.

2018년쯤, 서분숙 작가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울산에서 대구시 동인동 동인아파트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가족이 있는 울산 집과 작업실이 있는 대구를 오가며 대구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기록들을 쓰기 시작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긴 하였지만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쯤 왼쪽가슴의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 그 때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 선고를 받고 1개월만인 2020년 7월 4일, 대학교 2학년인 큰 아들, 고등학교 1학년인 작은 아들과 남편인 저를 남기고, 또 아직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기는 많은 일들을 남긴 채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생전에 서 작가가 기록한 글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세상에 나오지 못한 당신이 남기고 간 많은 글들을 어찌해야할지…. 당신이 떠난 이 상황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합니다.

언젠가 당신의 기록들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보고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며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 시대의 작은, 그 누구도 기록하지 않았던 작은 역사라도 그 누군가는 기억해야하는 것들을 당신은 기록해 왔습니다. 그것을 세상에 내보내는 작업은 오롯이 살아있는 나의 몫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입니다.

학교를 다니면 고3이 되어야 할 작은 아들이 이야기합니다. "아빠, 이번 설날 엄마 차례 상 음식은 내가 차려볼게" 라고 하는 것입니다. 작은 아들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참 많이 힘들어 했어요. 지금은 학교도 중간에 그만 두고 혼자 공부를 하는데 참으로 기특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당신도 기특한 작은 아들을 응원해 주기를 바랍니다. 친구들은 이번에 대학입학시험을 보았는데 우리 아들은 내년에야 보겠네요. 저 멀리에서라도 작은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길 보살펴주세요.

이제 내가 할 일은 당신이 남긴 것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작업이 되겠네요. 먼 훗날, 당신 곁으로 갈 때 부끄럽지 않도록 당신이 남긴 숙제 열심히 하고 있을게요. 그 때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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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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