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빅 스텝으로 한미 금리 역전폭 22년래 최대…한은의 선택은?

코스피가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에 반응해 2,360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8.28포인트 내린 2,360.97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가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에 반응해 2,360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8.28포인트 내린 2,360.97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인 1.25%p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줄어 한국은행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지만,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는 한미 금리차를 방치했다가는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13, 14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1.25%p로 벌어졌다. 1.25%p는 2000년 10월 1.5%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p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 동안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번이 가장 큰 격차이다.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에 근접한 수준이 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제금융 시장 동향, 금융시장 상황 등을 더욱 유심히 살펴야 할 상황이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금리 격차를 내버려 두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빅 스텝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통화정책 방향이 내년 1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애초 전망보다 더 오래 금리 인상기를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5일 베이비 스텝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애초 예상보다 미국의 긴축 강도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긴축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로 국내 통화정책 방향도 길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내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점도표(금리 전망 도표)에 찍은 대로 최종 금리 수준이 5%대에 이르면 한미 양국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p 이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앞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자금·신용 경색 상황과 내년도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 입장에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부담스럽다. 이번 미국의 빅 스텝이 한국은행에는 긴축 기조는 유지하되 그나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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