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인 1.25%p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줄어 한국은행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지만,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는 한미 금리차를 방치했다가는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13, 14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1.25%p로 벌어졌다. 1.25%p는 2000년 10월 1.5%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p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 동안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번이 가장 큰 격차이다.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에 근접한 수준이 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제금융 시장 동향, 금융시장 상황 등을 더욱 유심히 살펴야 할 상황이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금리 격차를 내버려 두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빅 스텝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통화정책 방향이 내년 1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애초 전망보다 더 오래 금리 인상기를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5일 베이비 스텝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애초 예상보다 미국의 긴축 강도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긴축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로 국내 통화정책 방향도 길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내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점도표(금리 전망 도표)에 찍은 대로 최종 금리 수준이 5%대에 이르면 한미 양국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p 이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앞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자금·신용 경색 상황과 내년도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 입장에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부담스럽다. 이번 미국의 빅 스텝이 한국은행에는 긴축 기조는 유지하되 그나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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