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의 2050년 온실가스 제로 계획, 자발적 시민 참여가 필수

대구시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의 탄소 중립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기후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재도약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중수도 시스템 도입 등에 사업비 1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체질 개선에 가까운 미래 비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값비싸다 보기 어렵다. 특히 탄소 중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본 시각의 전환은 환영할 만하다.

선언과 로드맵으로 미래 가치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선언과 구호로서의 탄소 중립이 아니라 도시 대전환과 재도약의 계기가 되는 탄소 중립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사진과 밑그림을 그려내는 행정의 영역과 실천하고 생활로 만들어 가는 민간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새로운 제도와 삶의 양식들이 시민의식으로 이식되고 자발적 생활 습관으로 공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대구시도 정책의 눈높이를 시민 생활에 맞춰 고정값으로 둘 필요가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이용 실적이나 자전거 이용에 비례해 재산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는 혜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형 유도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필요성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친환경 정책 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인프라 확충과 의식 변화는 비례하기 마련이다. 2050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하지만 친환경 교육과 캠페인 등으로 독려하는 것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는 1990년대 중반 폭염을 도시 열섬 완화의 기회로 삼았던 경험이 있다. 녹화사업으로 도심 온도를 낮추고, 신천과 금호강을 정비해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냈었다. 교량 가설, 하천 정비, 새로운 인프라 구축 등의 변화로 생활 여건 개선이 기대될 때 시민들은 앞서 미래를 대비한다. 대구시도 미래 비전을 시민들이 함께 그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중장기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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