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시 신청사 건립, 반목과 배수진 칠 일 아니다

최근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 공모 예산 전액을 삭감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신청사 이전 사업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 부지 일부 매각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달서구 지역 간 이견이 접점을 찾지 못해 빚어진 불상사라 할 수 있다. 3년 전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결정된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에 또다시 파열음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시의회는 내년도 대구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대구시가 제출한 130억여 원 규모 신청사 설계비를 전액 삭감했다.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대구시의원들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인 두류정수장 부지의 60% 정도를 매각해 건립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대구시 계획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설계 공모를 실시하고 2025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신청사를 완공하겠다는 대구시 구상은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 앞으로 두류정수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 양측 간에 접점이 찾아지지 않으면 이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신청사 이전을 추진하려면 일단 설계 용역에 착수한 뒤 건립 재원을 마련하는 게 순서인데 시의회가 이를 봉쇄해 버려 황당하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신청사 건립 담당 부서를 잠정 폐쇄하고 부서 공무원을 다른 부서로 전출 조치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신청사가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려면 주변에 상업 또는 초고층 주거 시설이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달서구 지역의 요구다. 이에 홍 시장은 안 그래도 대구시의 채무 비율이 좋지 않은데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에 신청사를 짓자고 수천억 원 빚을 내 시민 혈세 부담을 키우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측 주장에는 나름대로 명분과 타당성이 있다.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대화와 타협으로 못 풀 일은 없다. 이 문제는 자존심과 감정싸움으로 끌고 갈 사안도 아니다. 협치는 이럴 때 필요하다. 시민들의 성원 속에 진행돼야 할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이 갈등과 반목의 불씨가 돼서는 안 된다. 냉정을 찾고 양측은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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