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기업인!] <21>이광옥 반도 회장

플라스틱 필름(비닐) 분야에서 50년간 외길 인생
대구국가산단 신공장 준공, 최첨단 설비 도입으로 ‘제2의 도약’ 꿈꿔
“경영 사전에 ‘해고’ 없어, 모든 임직원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것이 반도의 힘”

대한민국 플라스틱 산업의 주역 ㈜반도의 이광옥 회장이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반도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뒤 주요 생산품인 캐스트 필름 라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한민국 플라스틱 산업의 주역 ㈜반도의 이광옥 회장이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반도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뒤 주요 생산품인 캐스트 필름 라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플라스틱은 금속, 세라믹과 함께 현대 산업사회의 3대 소재 중 하나다. 개발된지 갓 100년이 지난 플라스틱은 가장 젊고 혁신적인 소재로 꼽힌다.

우리나라 20대 수출 품목 중 '플라스틱 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반도체에 이어 2위에 해당할 만큼 플라스틱은 비중이 큰 산업 분야다.

국내 플라스틱 관련 제조기업 수만 2만개, 종사자는 24만명에 이른다. 연간 생산액은 56조원으로 국내 제조업의 3.8%를 차지한다.

99%가 중소기업인 플라스틱 분야에서 50년간 외길을 걸으며 착실히 성장해 온 기업이 대구에 있다.

'플라스틱 필름'을 생산하는 대구 기업 ㈜반도는 올해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되며 명실상부 지역 주요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광옥(81) 반도 회장(현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도 올해 대구경북중소기업인대회에서 모범중소기업인 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으며 겹경사를 맞았다.

대구국가산단 신공장 준공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이광옥 반도 회장을 만났다.

-먼저 플라스틱 필름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필요할 것 같다.

▶플라스틱 필름이란 합성수지 원료를 0.25㎜ 정도의 두께로 압출성형한 제품이다. 보통 비닐이라 불리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으로 올바른 용어가 아니다. 플라스틱 필름은 소비재 포장은 물론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반도가 생산하는 제품만 해도 산업 포장용 PE·PS필름, 전자제품·식품 포장용 필름, 건축용 필름, 스트레치 필름 등 매우 다양하다.

-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플라스틱 필름을 비롯한 모든 포장재는 원자재가 아닌 '부자재'로 불린다. 때문에 주재료를 다루는 업종에 비해 홀대받는 분야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바늘 하나라도 포장재 없이는 청결하고 안전하게 소비자에 전달될 수 없다. 포장재가 없으면 제품 본래의 성질이 변형돼 유용하게 쓰이지 못한다. 또한 예쁜 포장재는 제품을 부각하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도 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업종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1972년 삼우공업사를 창업했다. 이후 1998년 반도로 법인 전환해 지금에 이르렀다.

-반도의 기술력은 무엇인가?

▶축적된 노하우를 통한 다양한 제품군이다. 반도는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용 보호막과 정전기 발생이 치명적인 첨단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대전 방지 필름(Anti-static Film)을 독자적인 기술로 제조해 보급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전기적 충격에 강한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 정전기 방지 필름도 생산한다. 생활용 파우치나 레토르트 제품용 지퍼백, 목조건축에 쓰이는 방수·단열필름도 세계 각지에 수출한다. 해충이나 벌레를 차단하는 방충필름도 개발했다. 포장물의 보관, 이송, 결속에 필수인 스트레치랩 기술을 활용해 농업용 사일리지 필름, 냉장용 그물랩도 생산해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반도는 내년 신공장 이전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사진은 대구국가산단에 준공된 반도 신공장. 반도 제공
반도는 내년 신공장 이전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사진은 대구국가산단에 준공된 반도 신공장. 반도 제공

-대구국가산단에 신공장을 준공했다.

▶대구국가산단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최근 신공장을 준공했고, 내년 상반기 이전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필름 설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기업의 프리미엄 기계를 도입해 설치를 준비 중이다. 이런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설비 자체의 생산 능력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기존 인원이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무엇보다 기존 필름은 3겹인데 새 기계는 7겹의 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필름의 두께는 더 얇다. 필름의 생명력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길어지고, 생산량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막대한 친환경 효과를 낼 수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가 심화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 본연의 문제라기보다 플라스틱에 대한 이해 부족, 회수·처리·재활용 등 정부 정책과 시스템 부재, 사회적 합의 미비 등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EU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소재로 종이, 금속보다 플라스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국내 관련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작정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것보다는, 충분히 활용하고 처리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된다. 자체적으로도 생분해 필름 원료 제조업체와 10년 이상 협업하며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업계에서 추진 중인 플라스틱 리사이클 활성화에도 동참해 차세대 소비자를 위한 필름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대경중기청 지역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프라스틱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단체활동도 활발히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플라스틱은 산업 전반에 매우 중요한 뿌리산업이나, 글로벌 환경문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획득한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 남은 임기 동안 플라스틱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연합회장 취임 후 3대 전략 10대 과제를 선정해 플라스틱산업이 당면한 환경규제, 산업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일몰 예정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중소기업 감면제도를 환경부에 건의해 3년 연장했고, 약 200억원의 준조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2019년에는 환경부와 석유화학업계가 공동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뿌리산업법에서 제외돼 있던 플라스틱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해 올해 뿌리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플라스틱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자원 순환이용과 친환경 소재 전환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연합회로 나아갈 것을 약속드린다.

-성공 전략이 '한우물 파기'다. 가능했던 이유는?

▶한우물이라고는 하지만 필름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끝없는 개발과 도전이 가능하다. 식품포장재에 널리 쓰이는 라미네이팅용 필름을 전량 일본 수입품에 의존하던 시절, 반도는 단독 국산화를 통해 수입대체를 해낸 적이 있다. 오로지 필름 한 가지만 꾸준히 생각하고 매진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반도 필름의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고 봐야겠다.

-올해 좋은 소식이 많았다.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대통령 표창과 스타기업 선정은 반도 임직원이 해낸 성과다. 반도의 모든 근로자는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스스로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제 경영방침에 '해고'라는 단어는 없다. 각자의 장점을 보완하고 잘 융화되도록 돕는 역할만 할 뿐이다. 때문에 직원들은 서로 존중하며 한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최근에는 그런 열정들이 조금씩 쌓여 매출액도 상승하고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세대의 주역이 열심히 해주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대한민국 플라스틱 산업의 주역 ㈜반도의 이광옥 회장이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반도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한민국 플라스틱 산업의 주역 ㈜반도의 이광옥 회장이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반도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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