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알코올·도박중독 남편 피해 네 아이 돌봐…"하루라도 걱정없이 살고 싶어"

코로나로 수입 줄어 생활고…남편은 돈 제대로 갖다준 적 없어
고교생인 첫째, 다니고 싶다던 학원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신발 구겨 신는 모습에 잔소리…알고보니 작아서 못 신어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수영(가명· 51)씨가 집에 홀로 남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세연기자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수영(가명· 51)씨가 집에 홀로 남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세연기자

출산 후 입원 중인 노수영(가명· 51) 씨. 병실에는 아내를 보살피러 온 다른 남편들이 눈에 띄었지만 노 씨의 남편은 줄곧 행방이 묘연했다. 퇴원 후 갓난아이와 둘이 집에서 지내길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노 씨는 시어머니로부터 남편이 구치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조리도 제대로 못한 채 노 씨는 아이와 함께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남편은 매일같이 술만 먹고 도박장을 전전했다. 노 씨는 생리대 살 돈도 없어 손수건을 빨아 쓰는데, 남편은 술에 취해 추위를 겨우 막아주던 얇은 창문마저 부수고 집을 나가버렸다.

◆가정폭력 아버지, 가정폭력 남편에 우울증

어렸을 적 노 씨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술에 취한 모습만 떠오른다. 사업 부도 후 아버지는 술에 취해 노 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곤 했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하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다. 집안 사정도 어려운데 할머니와 세 동생까지 일곱 식구가 함께 사는 것도 답답했다. 노 씨는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일하기로 결심하고 19살 때 집을 나와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0여 년을 쉬지 않고 일하며 번 돈의 대부분은 집으로 보냈다. 그러던 29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

결혼 3년 정도 지났을 때, 아버지가 간암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아버지 임종 한 달 전까지 노 씨는 병원에 살다시피 하며 아버지를 간병했다.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직전 노 씨를 찾아 "아빠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노 씨는 그 순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모두 보내버렸다. 그리고 다음 해, 노 씨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뒀다. 노 씨는 자신의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안정적이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노 씨와 결혼 후 도박에 빠져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택시 운전사였던 남편은 생활비를 벌어다 주지 않았다. 20만 원짜리 원룸에 살 당시에는 월세를 내지 못해 임신한 채 쫓겨나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도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알코올의존증마저 심해져 술을 먹고 밖에 나가 행패를 부리거나 물건을 부숴 정신병원에 긴급 입원을 당하기도 했다. 둘째, 셋째, 넷째까지 태어나면서 돈은 더 필요한데, 남편의 알코올 의존증과 도박중독은 더욱 심해졌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노 씨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노 씨는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돼갔다.

◆아이 넷, 생활고에 일하겠다는 고등학생 아들

4년 전 노 씨는 판매직으로 취업해 월 150만 원 정도 벌었지만, 코로나 이후 수입이 급감해 2년 전부터 생활고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식당일을 시작했지만,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 수입이 많지 않다. 남편은 여전히 택시 기사로 일하고는 있지만, 집에 생활비를 보태준 횟수는 손에 꼽기도 힘들다.

이밖에 기초생활 수급비와 다자녀 양육비로 150만 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으나, 월세와 부채 월 100만 원에 네 아이의 식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엔 고등학생인 첫째 아들이 다니고 싶다던 학원을 스스로 그만둔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섰다. 동생들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첫째가 꾸짖는 모습에 노 씨의 마음은 미어진다.

최근 둘째 딸이 신발을 구겨 신는 모습을 본 노 씨는 잔소리를 했다가, 신발이 작아 똑바로 신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셋째와 넷째도 지인이 버린다고 한 옷을 받아와 입히고 있다. 통신비부터 관리비, 월세까지 밀리고 있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노 씨. 단 하루라도 아무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게 소원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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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남편 집나가고 건강 약한 아이 둘 돌보며 생활고 겪는 양지영 씨에 2,674만 원 전달

남편이 집을 나가고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교통사고로 거동도 힘든데 아이 둘을 돌보는 양지영 (매일신문 12월 6일 자 10면) 씨에 2천674만3천57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수가성(최병기) 5만원 ▷안현숙 5만원 ▷김강현 1만1천원 ▷이장윤 2천원 ▷이창영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정숙 20만원 ▷김윤희 1만원 ▷곽동희 2만원 ▷문민성 3천원 ▷가지영 5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 ▷지원정원 3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화 위해 한국 왔는데 폐렴 걸린 딸 돌보는 고려인 부부 남스타니슬라브 씨에 2,494만원 성금

우즈베키스탄에서 귀화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한 살배기 딸이 폐렴 진단을 받은 이후 생활고를 겪으며 병간호하는 고려인 남 스타니슬라브(매일신문 12월 6일 자 10면) 씨에 55개 단체, 172명의 독자가 2천494만8천73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대구상서고학생들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경북여상학생회일동 42만원 ▷㈜태린(박찬종)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20만원 ▷법무사김태원 20만원 ▷㈜신라공업 16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건천제일약국 6만원 ▷(주)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성일교회(김화기)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황금손부동산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삼현(마창진) 3만원 ▷우신중기(빈경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태현초등학교(김민영)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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