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 칼럼]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것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어느 국회의원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8년 5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전 당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의 신상발언 내용이다. 검찰이 홍 의원에 대해 뇌물수수·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였다.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같은 당 염동열 의원 역시 신상발언을 통해 지역구 민원 해결 과정에서 발생한 일임을 역설했다. 두 의원의 신상발언이 주효한 것일까.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되었고,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표결 결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병상련'의 감정이 돌았던 게 사실"이라는 한 의원의 발언을 볼 때 "당신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호소가 평소 원수처럼 싸우는 의원들의 마음도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염 전 의원은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최종 확정되었고, 홍 전 의원은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현재까지 재판 결과를 보면 자신들에 대한 범죄 수사를 "검찰의 권력남용"이라고 한 당사자들의 항변이 근거 없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우리 헌법 제44조 제1항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다. 불체포특권은 의회주의의 원조인 영국에서 국왕의 전횡에 대항하여 의원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다. 불체포특권은 우리 헌정사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행정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순기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범법 행위를 저지른 의원을 감싸는 '방탄국회' 기능이 커지면서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된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 21대 국회에선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바 있다. 지난 14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의 운명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그래서이다. 물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사에 따른 체포동의안 요청이 시간문제일 뿐 거의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노 의원 사안 처리가 일종의 시금석이 된 이유도 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와 연동되어 있어 처리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지면 개인적으로는 부결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딜레마는 없을 것이다. 결백 주장보다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외침이 의원들의 동병상련 감정을 더 자극할 게 분명하다.

체포동의안 처리 자체보다 더 관심은 노 의원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는 사실들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노 의원의 첫 반응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부메랑이 이렇게 돌아오는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토록 무리수를 두어가며 이른바 '검찰 개혁'으로 포장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인 목적이 정치인들의 범죄 수사를 막으려는 속내였음을 은연중 고백한 것이다. "이 법안은 부패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검찰'은 저를 시작으로 해서 수많은 야당 의원들을 태양광, 탈원전 등으로 엮을 것"이라고 강조한 노 의원의 발언도 시사하는 바 크다. 국가와 국토를 망가뜨린 탈원전과 태양광 사업 과정에서 숱한 비리가 있었고 이를 수사하면 많은 전 정권 인사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실토한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여 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양향자 의원의 발언과 아귀가 맞는다. 노 의원의 예를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자들의 숱한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 청구가 되어야 비로소 신상발언을 통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 국민적 비난의 대상인 불체포특권 제도이지만 그런 점에서만은 그 나름의 효용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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