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의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윤석열 대통령과 화상면담에서 "한국을 아시아권 최우선 투자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후로 전국적으로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유독 대구시만 조용히 업무를 추진했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5일 오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 제안서를 냈다. 시는 현재 정책적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게다가 대구에는 기존 테슬라와 협력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포진해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에 성공만 하면 큰 시너지를 낼 조건을 갖췄다.
그런 만큼 이번 유치전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대대적 홍보에 나설 법도 했다. 하지만 강원도와 강릉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원 정치권과 함께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 공식 선언을 했을 뿐, 대구시는 수면 아래서만 움직였다.
심지어 포항도 포항남울릉을 지역구로 둔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달 30일 기가팩토리 포항 유치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을 함께 논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대구시의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부터 테슬라의 한국 투자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 유치전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 시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성노조는 한국 사회 전 분야에 뿌리내린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라며 "GM과 쌍용자동차의 예를 보더라도 그건 증명이 되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그걸 보고도 과연 대한민국에 올 엄두를 내겠냐"고 했다.
여기에 같은 권역의 포항이 먼저 테슬라에 적극적으로 구애한 만큼 대구가 알아서 한 발 뒤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항만으로 물류를 실어 날라야 한다. 대구는 항구가 없는 내륙도시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포항이 유치에 성공하면 후에 배후도시로서 실리를 취하려는 복안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구 산업계 관계자는 "대구가 엘앤에프를 내세우듯 포항에도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등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있다. 심지어 포항에는 글로벌 전구체 시장 점유율 1위이자 테슬라 최대 납품업체인 중국 CNGR사가 1조원 규모 이차전지 소재 생산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대구와 포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타 권역으로 테슬라가 가면 대구경북 전체가 손해라는 판단이 작용할 여지도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구의 기존 전기차 관련 산업이 모터 중심인 점이 대구시가 적극 마케팅을 주저한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기차 구동모터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대구국가산단 일원에 모터산업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고 모터관련 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당시 대구시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모듈과 부품 모두 대구 부품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
대구 경제계 관계자는 "대구 전기차 관련 업계는 현대차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모터는 현대차 모터와 달라 당장 양립하기 힘들다"면서 "불확실한 테슬라를 유치하려고 이미 확보해둔 현대차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산업계 내부 의견도 있었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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