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저주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활개를 친다는 무당이나 법사나 도사의 저주도 아니다. 귀신이나 마귀나 악마의 저주도 아니다. 저주와는 절대 무관할 것 같은 사랑의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그 말은 예수가 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았을 때, 식사 전에 손을 씻는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초대자들이 놀라자 그들에게 예수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게 하지만, 속은 탐욕과 악으로 가득 차 있다"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인사받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비난하자 법률가들이 자신들까지 비난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하자 한 말이다.
그리고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는 지기 어려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우고 너희 자신은 손끝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지식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도 못 들어가게 막았다"고 비난한다. 예수의 이 말씀을 전한 누가는 그런 말로 인해 예수가 붙잡혀 처형되었다고 암시한다. 예수 처형의 책임이 유대인이냐 로마인(빌라도)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있지만 누가복음 11장 53절에 의하면 법률가다.
예수가 죽고 난 뒤 1천500년쯤 지나서 마르틴 루터는 "좋은 법률가는 나쁜 이웃"이라고 하고, 토머스 모어는 법률가란 "사실의 위장을 업으로 하는 무리"라고 했지만 셰익스피어는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가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일이다"고 외쳤다. '헨리 6세' 제2부 제4막 제2장에서 농민들이 무기를 들고 광장에 나와 혁명을 선언하고 나서 기득권에 복무했던 인사를 하나씩 잡아들여 즉석에서 재판을 벌이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100년이 훌쩍 지난 1726년에 나온 '걸리버 여행기'에서 말의 나라 왕이 "인간인 야후 나라에는 하얀 것을 검다고, 검은 것을 하얗다고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어를 사용하는 기술을, 돈을 벌기 위해 배운 사람들인 법률가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100년이 훨씬 더 지나서 빅토르 위고는 "법률가의 껍질을 벗기면 사형집행인이 나타난다"고 했고, 아널드 베넷은 법률가를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악질적인 적"이라고 매도했다.
장 자크 루소는 "법은 언제나 있는 사람한테는 유용한 것이고, 없는 사람에게는 해로운 것"이라고 하고, 톨스토이는 법을 "조직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립되고, 그것에 반항하는 자를 채찍과 감옥과 사형으로 복종시키는 규칙"이라고 하며, 발자크는 "법이란 거대한 파리는 뚫고 지나가나 작은 파리는 걸리는 거미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문학인들이 하는 헛소리라고 법률가들은 말할지 모른다.
미국에서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로 존경을 받는다는 대법원장 중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기 전에 "헌법이란 법관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대통령이 "헌법이란 대통령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는 것을 본 적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말한 대통령이 있었을지 모른다. "짐이 국가다"라는 국왕의 말보다는 "내가 헌법이다"라는 말이 더 나을지 모른다.
다시 오해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 위인이라고 하는 분들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법률가들 앞에서 한 번도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죽기 전에 천 원짜리 변호사라도 만난다면 그런 넋두리라도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착한 시민이 터무니없는 송사에 걸려서 몇 년을 억울하게 고생하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얼마나 겁이 났는지 1천 원은커녕 몇백만 원의 수임료를 주고 고개를 숙이며 신신당부한 변호사가 무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 말이라고는 딱 한마디, "집안에 아는 판검사가 없으면 무죄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경찰서고, 검찰청이고, 법원이고, 변호사 사무실이고 간에 법률가가 있는 곳이면 그 앞을 지나가기는커녕 법률가가 너무 무섭고 싫어서 꿈에 나타날까 두려워하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바로 암에 걸려 일찍 죽었다고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한동훈·가족 명의글' 1천68개 전수조사…"비방글은 12건 뿐"
사드 사태…굴중(屈中)·반미(反美) 끝판왕 文정권! [석민의News픽]
"죽지 않는다" 이재명…망나니 칼춤 예산·법안 [석민의News픽]
尹, 상승세 탄 국정지지율 50% 근접… 다시 결집하는 대구경북 민심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