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대구시 간부 공무원에게 물었다. "홍준표 대구시장하고 일해 보니 어때요?" 간부 공무원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상상을 뛰어넘는다." 전에 경험치 못한 시장이라는 의미이렷다. 그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줬다. 몇 달 전 다른 간부 공무원은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판단과 결정이 아주 빠르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오히려 일하기 좋다."
홍 시장은 거침없는 언변과 추진력으로 정평이 난 정치인이다. 문득, 그의 MBTI(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가 궁금해졌다. 검색해 보니 'ESTJ' 유형이라고 나온다. ESTJ는 '엄격한 관리자' 유형이다. 홍 시장은 이 유형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청년의 꿈)에서 "MBTI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엄격한 관리자랍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ESTJ 유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실질적이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며 일을 조직하고 계획하여 추진시키는 능력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보다 흔들리지 않는 현재의 사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실 중심적·실용적인 면이 강하다 ▷타인과 자신의 감정을 고려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속단 속결하는 경향과 업무 위주로 딱딱하게 사람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홍 시장을 깊이 알지 못하며 개인적 면식도 없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비친 그의 언행과 모습, 함께 일한 주변인 평가 등을 고려해 유추해 보니 ESTJ로 나온 MBTI 검사 결과가 그의 성격을 꽤 높은 정확도로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엄격한 관리자'를 리더로 맞은 대구 시정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우선, 간부 공무원들이 빠릿빠릿해졌다. 홍 시장은 명석하고 기민한 공무원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업무 보고를 받을 때면 해답을 가져오기를 주문한다고 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일하면 신임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홍 시장은 자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정치인이다. 일각에서는 "독단적이다"라고 평하지만 그는 괘념치 않고서 자기 길을 간다. 취임 이후 특유의 추진력으로 여러 현안들을 해결했다. 10년 이상 교착돼 있던 대구 취수원 문제의 매듭을 풀어냈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국비 지원 특별법 제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기업 투자 유치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잠재적 유력 대권주자라는 그의 정치적 어드밴티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연말이면 홍 시장이 취임한 지 만 6개월이 된다. 반년 전 그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시정의 혁신을 꾀해 대구의 미래 50년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는 3년 6개월 뒤 그가 약속을 지킨, 성공한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귀를 열었으면 하는 소리가 있다. ESTJ 유형에 대한 설명 가운데 "인간 중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세상에 완벽한 성격은 없다. ESTJ 유형도 그렇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인 ESTJ 유형의 소유자는 크게 성공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넛지'(Nudge)라는 행정학 용어가 있다.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더 좋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상에서는 욕구와 의견, 이념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이 바로 넛지다.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유연함까지 장착한 'ESTJ 홍 시장'의 새해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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