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미래의 후회 최소화하자

변상해 한국청소년보호재단 이사장

변상해 교수(서울벤처대 상담학과, 한국청소년보호재단 이사장)
변상해 교수(서울벤처대 상담학과, 한국청소년보호재단 이사장)

지난 12일 밤 10·29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3명의 청소년을 자녀로 둔 아빠로서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A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의식을 잃기 직전 구출됐으나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A군에게도 자신만의 꿈이 있었을 텐데, A군이 너무 불쌍했다. A군이 조금만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신앙과 참사 트라우마 치료 상담 시스템이 잘 작동됐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상담학 교수로서 마음이 아프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비교와 줄 세우기를 좋아한다. 청소년들은 성적, 키, 외모 등으로 서로를 비교하고 이후에는 대학교, 직장, 배우자, 경제력 등으로 비교하다가 결혼을 하면 자녀에 대한 비교를 시작한다. 비교를 통해 자기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이 세상에 자신이 필요 없다고 느낀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청소년은 타인에게 지적받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큰 상처를 받는다. 상처받으면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잃어버린다.

타인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먼저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가 나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마음대로 휘두르게 그냥 놔둬선 안 된다. 소중한 나 자신의 인생에 타인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삶을 결정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프로이트(Freud)는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의 정신이 원초적인 욕구에 지배당하는 원초아(id), 사회의 도덕적 규범에 따르려는 초자아(superego), 이 둘 사이를 조정하는 자아(ego)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우리 인간은 자아가 원초아의 욕구와 초자아의 요구 사이에 조정하는 과정에서, 원초아의 욕구가 강해지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이에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방어기제이다.

인간의 심리는 복잡한 것 같지만 매우 단순하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인정하면 된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억압하거나 저항하는 순간 마음은 상처받게 된다. 자기최면을 걸고, 신에게 기도하고, 자신을 속여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을 잠시 속일 수 있겠지만 현실은 우리가 쉽게 바꿀 수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속성이 있다. 무서운 것, 부정적인 말, 힘든 상황이나 평가받으면 눈을 감아 버리거나 도망가거나 좌절감을 느낀다. 당장 의식적으로 심리적 회피(외면-억압-저항)를 하면 고통에서 벗어난 듯한 착각을 느낄 수는 있다. 당장의 달콤함일 뿐 잠시 후에는 고통의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조금 일찍 마주하거나 심리적인 회피를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그 현실 앞에서 스스로 자신감과 용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주해야 한다. 그러면 더 이상 망상 속의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충분히 의식적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했다고 내가 아끼는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립자)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 워크'를 우리 사회에 제안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3년을 앞두고 굳센 마음으로, 굳센 자부심으로, 굳센 열정으로, 굳센 희망으로, 굳센 의지로. 더 이상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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