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희곡·시나리오

세대·젠더·이념 문제 작품에 녹여내…SF 소재·역사 배경도 눈길

이승현 경북대 교수
이승현 경북대 교수

올해 신춘문예 희곡·시나리오 부분은 작년과 비교해 응모 편수가 조금 줄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문학청년들이 세대 문제, 젠더 문제, 이념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어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적잖이 놀랐다. 또한, 오늘날의 경향을 반영하듯 SF 소재나 역사 배경 등 다양한 설정이 눈에 띄었다. 많은 작품이 주제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어 당선작을 뽑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선작을 고르기 위해 심사위원들은 마지막으로 희곡 세 편 '노란 하늘', '두 개의 의자', '식사'를 꼽았다. 김지훈의 '노란 하늘'은 월남전에 참전한 노인을 다룬 작품으로, 잘 구성된 이야기에 이어 결말에 이르러 드러나는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살핀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서 아쉬웠다.

오성주의 '두 개의 의자'는 단절된 부자의 모습을 통해 한편으로는 노동 문제를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 문제를 보여주고 있었다. 소통이 부재한 부자의 모습은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어둠 속에서 한 발씩 다가서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결말이 극의 구조와 전개에 있어 안정감을 주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극의 전개는 다소 단조로웠다.

김윤미 계명대 교수
김윤미 계명대 교수

조한빈의 '식사'는 오늘날의 가족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형태로, 명료한 극장 풍경 속에서 가족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드러나는 일상을 잘 주조한 작품이었다. 서로 긴장감을 가지면서도 명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관계가 부조리극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했다.

세 작품 모두 장단점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 당선작을 뽑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심사위원들은 조한빈의 '식사'를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 간의 규정할 수 없는 관계성 속에 드러나는 긴장감이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다른 이들에게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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