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누굴 위한 대구외국인사무소인가?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도회의 소리! 그러나 그것이 문명의 소리다. 그 소리가 요란할수록 그 나라가 잘된다."

100년 전에 쓰인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 '무정'에 나온 이 내용이 자주 생각난다. 이광수가 말한 '요란한 소리'는 기계의 소리이며 그는 당시의 서울이 소리가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나는 대구와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온 외국인으로서 대구가 더 나은 도시이기를 바라며 기계의 측면이 아닌, 인간 감정의 측면에서 한번 요란한 소리를 내어보고자 한다.

나는 익산, 대전, 대구에서 장기간 거주한 경험이 있다. 흔히 지적되어 왔듯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다채로우면서도 배타적이다. 막대한 부와 강한 경쟁력을 가진 도시인 만큼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러나 전통에 대한 집념이 강해 외래인에 대한 거부감 또한 강하다. 외국인의 대구 입주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외국인사무소의 직원들에서부터 그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에 사는 한 외국인 여성의 사례다.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두 번이나 선발되어 한국에서 대학원 학위를 3개나 취득한 후 14년째 살고 있다. 그녀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국에 쉽사리 돌아가지 못해 본국에서의 결혼식에도 지장이 생긴 상태다. 그녀의 남편은 역시 한국에 유학 온 다른 국적의 남성이며, 한국 영주권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학위를 받고 곧 귀국하려 했으나 고령 임신을 하게 되어 귀국할 처지가 못 되어 만료되어 가는 비자를 연장해야 했다. 따라서 코로나 직전 남편 국가에서 혼인했을 때 양쪽 국가의 정부 기관이 인정해 준 결혼사실증명서를 가지고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사무소의 직원은 그녀에게 본국에서 범죄사실증명서를 갖고 오라고 했다. 이 여성은 어쩔 수 없이 먼저 구직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그 후 모친에게 부탁해 간신히 범죄사실증명서를 받아와 다시 찾아갔으나 또 다른 직원이 그녀에게 본국의 한국대사관에 가서 현지에서 발급받은 결혼증명서와 범죄사실증명서에다가 공인인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신체검진표 등 서류를 요구했다. 해당 직원은 이 여성이 곧 출산할 것을 알면서도 "어쩌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알아서 방법을 찾아 해결하세요"라고 했다. 이 여성은 거듭 자신이 고령 임신부인데 인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서 직원은 쓴 미소를 지으면서 "어떠한 인도적인 도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본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비자를 누려 왔습니다. 더 이상 해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했다. 결국 이 여성은 항공권을 구매하고 자국에 돌아가야 한다.

대구외국인사무소를 대구 외국인들이 잘 거주하지 않는 매우 먼 곳으로 이사한 것이 많은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최소 한 달 전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한다. 심지어 담당 직원이 바뀌면 요구 사항이 달라진다. 비자 발급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이다. 내국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외국인의 입주 허가를 엄격히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대상 외국인이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청춘을 보내고 기여한 자라면 고령 임신부라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인도적으로 돕고 배려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고 묻고 싶다. 대구외국인사무소 직원의 태도를 통해서 무정(無情)이란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았다. 특히 대구가 국제도시가 되려면 외국인을 대할 때 지금보다 더 관대한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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