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신춘문예 당선소감] 동화…신은주

고소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글 쓰겠다

2023 매일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신은주
2023 매일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신은주

달은 제 소원을 너무도 안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소원 비는 것을 그만뒀습니다. 생일 촛불을 불 때도 소원을 빌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빴어. 너무 내 욕심만 부렸던 거야.' 나 자신을 위한 소원만 줄기차게 빌었으니 달이 외면할 만했습니다. 그래서 지구 평화, 모두의 행복 같은 아주아주 커다란 소원을 빌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제가 좀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쯤 이야기 하나가 생겨났습니다. 이야기는 여럿의 사랑을 듬뿍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십여 년 전 그림책에서 시작된 이야기 씨앗이 동화에서 먼저 움텄습니다. 동시에 어두컴컴한 방에 살고 있던 제 그림자가 살며시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나를 좀 봐 달라고, 너의 지금은 나로부터 나왔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밌고 튼튼한 이야기들이 하늘 높이 쑥쑥 자라나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야기 기둥은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로 어린이들을 지켜라!' 이야기 기둥으로 쓸 수 있으려나 매일 밤 요리조리 들여다보다가 용기 내어 제 것을 꺼냈습니다.

거칠거칠하지만 여기 한번 세워보라며 제 이야기가 설 자리를 만들어주신 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훌륭한 동화 선생님이자 제 인생의 멘토이신 서화교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글벗과 그림책 벗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린 나에게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사준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하나뿐인 내 동생 신진영, 그리고 고약한 저를 참아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명랑 참기름집 안 명랑한 첫째 딸이 드디어 꿈을 이루었습니다. 고소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글을 쓰겠습니다.

◆신은주

1978년 대구 출생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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