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처럼 흩어지는 눈이 내려오던 날에 당선소식을 전화로 들었습니다. 기뻤습니다. 제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서입니다. 물론 상금도 좋고요. 해가 일찍 떨어지고, 눈은 가랑비 반 싸락눈 반으로 변했습니다. 어두운 길에서 잿빛 눈 무더기가 질척거렸지만 계속 기쁜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밤이 조금 더 깊어지자 오래된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지. 무엇을 얻거나 찾고 싶은지. 오래 전 써두었던 글을 꺼내서 다시 읽을 때도 떠올렸고,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도, 경이로운 작품을 읽었을 때도 떠올렸던 질문입니다. 답은 하얗게 떠오르는 것 같다가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립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녹아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고 또 잊으며 무언가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기회를 만들어준 매일신문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런 기회를 빌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평소엔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말이어서요. 당선 소식을 듣기 며칠 전 제가 넓은 책상 앞에 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꿈을 꾸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과 이 기쁨을 모두 나누고 싶습니다.
◆임재일
1987년 출생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졸업
SK 하이닉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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