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

분노의 포도 1, 2(존 스타인벡/ 김승욱 옮김/ 민음사/ 2022, 1판 38쇄)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누구라도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지나온 시간을 추억하거나 반성하거나…. 더불어 엄동설한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한 번쯤은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때이기도 하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존 스타인벡은 19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경제 대공황을 겪었다. '분노의 포도'는 당시의 참혹한 현실과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과 고통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이후 '에덴의 동쪽'을 썼으며, 이 작품들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고,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총 30장으로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조드 일가가 대대로 살아오던 오클라호마에 모래바람이 불어와 농사를 망쳐버리고, 산업화의 물결과 트랙터의 힘에 밀려나는 처절한 삶의 이야기이다. 그 당시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캘리포니아 땅으로 이주해 갔지만, 실제 그 땅은 고향보다 더 비참하고 굶주림에 허덕이게 하는 땅이었다. 지주들은 그들을 '오키들'이라고 부르며 미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나보다는 가족을, 더 나아가 공동체를 생각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다.

고향에서 낯선 땅으로 이주하기 전 두려움 앞에 선 가족들에게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한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생각이 있느냐가 문제죠.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해요. 캘리포니아에도 못 갈 거예요. 하지만 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겠죠."(1편 203쪽) 험난한 여정 가운데 가족이 흩어지려는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는 가족을 지키려고 온갖 애를 다 썼다. 그의 의지가 강했다.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어머니가 어떤 위치이며, 나는 어떤가를 돌아보게 한다.

소설은 빈곤, 일자리, 대량실업, 노동자, 이주민 등의 문제로 사회적 약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분노와 공동체를 생각하게 된다. 겨울바람이 차가워지면서 마음마저 얼어붙는다. 이럴 때는 나를 넘어서는 공동체의 사랑이 필요하다. 여기저기서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경제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삶의 현장에서 희망을 놓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 '분노의 포도'를 통해 우리가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

이은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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