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환혼' 파트2, 한국형 무협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

tvN 토일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 그 재미와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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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환혼:빛과 그림자' 포스터.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환혼'이 파트2로 돌아왔다. 부제는 '빛과 그림자'. 여주인공이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교체된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던 시청자들은 막상 파트2를 통해 그 이유를 공감하는 눈치다. 과연 이 작품이 가진 재미와 거기 담긴 깊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파트2 보기 전 '환혼의 세계관' 이해

tvN 토일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이하 환혼2)의 파트2가 시작됐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방영됐던 파트1이 20부작으로 마무리된 후, 약 4개월만의 귀환이다. 파트1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이라면 일단 환혼2를 보기 전,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부터 이해해야 한다.

역사 그 어디에도 없는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이 판타지에는 '환혼'이라는 술법이 등장한다. 써서는 안 되는 사술이지만, 더 살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이 술법을 통해 혼이 다른 육신으로 들어가 삶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 술법을 쓴 환혼인이 폭주하게 되면 점점 몸이 돌처럼 굳어 사망하게 되는 '석화'의 위험성이 있지만 이 욕망은 모든 권력을 쥔 왕조차 버릴 수 없는 유혹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장욱(이재욱)은 환혼의 욕망에 사로잡힌 왕이 천부관 관주였던 장강(주상욱)과 환혼해 그 몸을 빌어 장강의 아내를 범함으로써 태어난 인물이다. 분노한 장강은 장욱의 기문을 모두 막아버리고 그 누구도 그 기문을 풀어주지 못하게 함으로써 술사가 되고픈 장욱의 앞길을 막아버린다. 그의 앞에 초절정의 무공을 가진 낙수(고윤정)가 위험에 처하자 환혼한 무덕이(정소민)가 나타난다.

힘없는 몸종처럼 보이지만 무덕이가 결국 낙수가 환혼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챈 장욱은 그를 자신의 종으로 데려와 자신의 기문을 풀어줄 스승으로 모신다. 장욱과 무덕이의 관계는 주종관계지만, 낙수와 장욱의 관계는 그래서 사제지간이 된다. 육신과 혼이 다른 '환혼'이라는 설정을 가져옴으로써 가능해진 이 반전의 관계는 주종과 사제를 오가는 두 사람의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연인 사이로 바뀌어가고 그러면서 무협 판타지는 멜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즉 환혼은 무협 판타지라는 익숙한 장르적 설정을 가져오지만, 그 핵심적인 힘은 '로맨스'에 있다. 마치 무협 판타지를 담은 순정만화의 느낌이 묻어난다. 그런데 그 멜로 코드에서도 주목되는 건 권력 관계의 변주다. 주종관계에서는 장욱이 사제지간에서는 무덕이(낙수의 혼이 깃든)가 권력을 쥐는 상하관계가 형성되며 때때로 그 위계가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점 멜로관계라는 수평적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다양한 판타지 설정과 무협 액션, 코미디 같은 장르적 재미들이 담겨 있지만, 그 모든 외형을 뛰어넘는 건 '진심'이라는 사랑이야기로 돌아온다. 그리고 파트1은 애초 환혼술로 뒤틀어진 관계가 품고 있던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사랑하는 연인사이였지만 결국 폭주하게 되면서 살수의 본능이 깨어난 낙수가 자신도 모른 채 장욱을 칼로 찌른 후 경천대호에 몸을 던지고, 죽었던 장욱은 그 몸에 깃든 얼음돌의 기운으로 화장장 불 속에서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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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의 한 장면. tvN 공식홈페이지 캡처.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교체된 육신

파트2는 경천대호에 뛰어들었던 무덕이(낙수)를 진요원 원장 진호경(박은혜)이 마의 이선생(임철수)의 도움을 받아 되살려낸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낙수의 혼이 깃들었던 무덕이가 사실은 어린 시절 진호경 원장이 잃어버렸던 딸 진부연이었기 때문이다. 진부연은 남다른 신력을 지닌 신녀로서 어린 시절 경천대호에서 얼음돌을 찾아 꺼냈던 인물이다. 그는 진무(조재윤)에 의해 호수에 던져지고 기억을 잃은 채 무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것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설정 하나가 더 들어간다. 그것은 경천대호에서 꺼낸 무덕이를 되살릴 수 있게 된 것이 본래 그 안에 혼으로 깃들었던 낙수의 기력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선생은 진부연을 되살리려면 낙수의 기력을 써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진부연의 혼은 사라지고 낙수의 기력도 소진된다고 말한다. 결국 되살리기를 결정한 진호경 원장의 요청에 따라, 진부연은 살아나지만 그 몸은 더 이상 무덕이가 아닌 낙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소 복잡한 설정이지만, 이로써 파트2는 이 한 몸에 깃든 모든 존재들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진호경 원장의 딸로서 진요원에 갇혀 살게 된 진부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파트1의 주종, 사제, 연인 관계는 파트2에서 몸이 바뀐 진부연과 장욱이 만들어가는 또 다른 관계로 변주된다. 혼과 육신이 이렇게 바뀌고 깃들어 복잡해지고 가려진 정체라는 설정은 환혼이 그리는 로맨스가 너무나 그리워하는 존재가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 애틋하게 된 이유를 말해준다.

무덕이가 죽은 후 자신도 자기 몸속에 있는 얼음돌을 꺼내 따라 죽고픈 마음밖에 없던 장욱은, 그걸 빼줄 수 있는 존재로서 신력이 숨겨진 진부연을 아내로 맞이한다. 여기서도 장욱과 진부연의 관계는 저 파트1이 그렸던 것처럼 복합적이다. 겉으로 장욱은 진부연과 부부지간이지만 실제로는 진부연이 얼음돌을 빼내 자신을 죽여 무덕이 곁으로 가려하고, 반대로 진부연은 감옥 같은 진요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욱의 아내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를 진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장욱은 점점 이 진부연에게서 무덕이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발견하고 그에게 빠져든다. 결국 다시 멜로관계로 귀결되는 것이다.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인공을 교체하는 선택은 과감하지만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교체는 혼이 다른 육신에 깃든다는 '환혼'이라는 설정을 가진 이 작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그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이 복잡한 환혼 설정을 통해 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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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의 한 장면. tvN 공식홈페이지 캡처.

◆빛과 그림자, 혼과 육신 관통하는 진심

결국 환혼의 메시지는 사랑이다. 무덕이, 낙수, 진부연이라는 혼과 육신에 저마다의 정체성이 뒤섞여있어도 결국 거기 남아있는 '사랑의 기억'은 이 모든 정체들을 관통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장욱이 사랑했던 이는 그래서 무덕이의 겉모습을 가진 낙수이고, 되살아난 낙수의 겉모습을 가진 진부연이지만 이들은 동일한 어떤 사랑의 기억 속에서 하나로 묶여진다. 결국 정체라는 건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한 숨겨진 면면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한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빛만을 전부로 바라보는 것이 온당치 않은 것처럼, 그 빛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까지 끌어안는 일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또 영원할 것 같던 육신의 아름다움이 어느 새 나이 들어 사라져 간다고 해도 거기 여전히 존재하는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환혼은 혼과 육신을 바꿔나간다는 세계관을 통해 그 다양한 정체성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도 그의 실체를 알아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인공을 교체하는 그 선택이 자못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차츰 파트2의 고윤정이 연기하는 진부연의 면면에서 정소민이 연기했던 낙수와 무덕이를 오가는 모습이 겹쳐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주인공 교체라는 과감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무협 판타지 로맨스라는 여러 장르들을 묘미를 통해 이 작품이 담아낸 메시지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것은 복잡다기한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고, 나아가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타자를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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