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너무 막강해 어떤 정부도 손대지 않으려 하는 세 조직이 있다. 근위 여단, 로마 가톨릭교회, 전국광산노동조합이 그것이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영국 보수당 내각의 총리를 지낸 해럴드 맥밀런의 말이다. 말 그대로 전국광산노동조합(NUM)의 힘은 막강했다. 그 힘의 원천 중에는 장기 파업을 가능케 하는 파업 자금이 있었다.
이 돈에는 NUM 소속 광부들의 조합비뿐만 아니라 적성국이 제공한 자금도 있었다. 바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의 돈이었다. 그 규모는 막대했다. NUM은 이를 부인했지만 1990년 '데일리 미러'가 이 사실을 밝혀냈다. NUM 위원장 아서 스카길은 카다피에게서 받은 돈으로 호화 주택을 구입한 혐의가 포착돼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스카길은 거대한 노조와 작은 집에서 출발했으나 거대한 집과 작은 노조로 끝을 맺었다"는 말이 유행했다.('모던 타임스 Ⅱ', 폴 존슨)
이를 포함해 NUM의 비리가 속속 불거지면서 영국 노동계 전체가 투명한 재정회계처리를 요구받았다. 그 결실로 탄생한 것이 노동조정위원회(CO)이다. 여기에 가입한 노조는 연례 회계 보고서와 정치 기금 사용 내역 등 노조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감사 결과 문제가 없음이 판명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프랑스와 독일도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노조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지원금의 용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서류로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 지원금을 직업학교 교사 교육 등 공동사업에 한정해 지원하며 회계는 정부에 일임한다.('유럽 3국 노동현장…재정 투명성 의심받는 노조 설 땅 없다', 경향신문 2005.11.29)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27조는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노조도 조합원이 낸 조합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회계 내역을 좀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노조의 회계는 성역(聖域)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런 '깜깜이' 관행도 '노동개혁'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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