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달성군의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 추진에 주목한다

대구 달성군이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의 운을 뗐다. 현풍읍 일원 1만4천㎡ 부지에 반려동물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주 인구가 적고 테마파크 형태로 짓는다지만 건립까지 과정이 낙관적일 거라 보긴 어렵다. 수순처럼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매섭게 드러냈던 탓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태부족인 반려동물 화장장의 현실이자 반려동물 1천만 시대의 어두운 그늘이다.

전국의 반려동물 화장장은 총 61곳. 대구경북에는 다섯 곳에 그친다. 경북 구미, 경산, 청도, 성주, 칠곡에 각 한 곳이 있을 뿐 반려동물 가구가 밀집해 있는 대구에는 한 곳도 없다. 한국농촌연구원이 예상한 2027년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6조 원이라고 한다. 2019년에 비해 곱절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도 웃돈을 부담해 원정 화장에 나서는 건 양반이고, 생활 쓰레기로 처리하기 난처하니 불법 장묘도 권하는 분위기다. 수요 공급이 무너지며 터져 나온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동네 뒷산 인근이나 뒷마당에 몰래 사체를 매장했다는 고백을 듣는 게 남의 일이 아니다.

전북 임실 등 반려동물 화장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없지 않다.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반려동물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 부양가족들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화장장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과 합의해 진전된 분위기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문화적 현상이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마당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반려동물의 지위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을 돌이켜보면 마찬가지다. 높아진 친밀도만 앞세워선 곤란하다. 사후 처리에 대한 기피감을 희석하려면 매력적인 청사진을 내밀어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 주민 설명회 개최는 물론 수범 사례 견학으로 선입견을 없애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주민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건립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으로 대응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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