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육두구'가 무엇이고, 이것이 서구제국주의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통의 위기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아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도 출신의 사회인류학 박사 '아미타브 고시'가 이 책을 통해 그 전말을 파헤치고 있다.
육두구는 인도네시아가 원산지인 열매로, 영어 이름인 '너트메그'(nutmeg·사향 향기가 나는 호두)이다. 향신료로 주로 쓰이는 육두구는 오랫동안 신비의 약으로 여겨졌다. 16세기 잉글랜드 의사들은 육두구가 당시 유라시아를 휩쓸던 유행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중세 말기엔 유럽에서 육두구 한 줌이 집 한 채, 선박 한 척과 맞먹을 정도로 귀했다.
문제는 이 육두구를 독점하기 위해 서구에서 반다인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이다. 1621년 얀 쿤이 이끄는 네덜란드 함대가 인도네시아 반다제도 화산 섬 말루쿠 반다인의 거주지를 불사르고 주민을 집단 학살한 것. 반다제도는 당시 육두구의 유일한 생산지였다. 현대의 학자들은 "이 사건은 반다제도 인구에 대한 거의 총체적 절멸을 획책한 것으로, 네덜란드 향신료 무역의 독점을 강화할 목적에서 자행한 제노사이드가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바로 이후 수백 년동안 지배적인 세계 질서가 된 '유럽 식민주의의 전조'라고 지은이는 주장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향신료 독점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고, 동인도에서 오는 향신료에 대한 비용을 치르는 데 아편을 사용하면서 아편을 상업적 교역에 사용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뒤에 영국 또한 네덜란드의 선례를 따라 아편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지은이는 '테라포밍'(terraforming), 즉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장소 이름을 바꾸고, 농경지를 개간하고, 가축을 키우고, 이동식 거주에서 영구 거주 형태로 바꾸는 과정을 흔히 '문명화'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 전체가 지구의 위기를 앞당겼다고 강조한다. 화석 연료 확보와 그에 따른 산업의 발달 등으로 나타난 지구의 위기는 곧 기후위기로 연결됐다는 것이 지은이의 관점이다. 지금까지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를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린 서구 열강의 탐욕에서 찾는 시각은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울림을 준다. 488쪽, 2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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