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늘 대본을 쓴다. 사실 이 시기가 아니면 대본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시기가 잘 없다. 내년에 발표할 신작도 구상하고, DIMF 같은 창작지원사업에 공모하기 위해서 대본을 수정하고 작곡가와 함께 음악 이야기도 나누고, 배우들과 함께 녹음하고 후 작업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신작 판소리 음악극을 만들고자 끙끙거리는 중이다.
올해는 애정하는 작품 하나와 이별하려고 한다. 판소리극이 한창 유행했을 때 나도 공부나 한 번 해보자 싶어 시작한 판소리 공부 중에 만든 판소리 음악극 '옹고집전'이다.
사실 '흥보가'를 작품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지역에서 시도된 적이 있기에,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은 없을까 하다가 옹고집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옹고집전은 따로 전해 내려오는 사설이나 대목이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전래동화에서 차용하였고, 판소리 대목은 옹고집의 성질머리와 유사한 흥보가의 놀부의 대목 등을 차용하였고 몇몇 대목은 작창을 하였다.
그렇게 만든 옹고집전은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져서 몇 년간 많은 공연을 하였다. 대표적으로는 경북 투어공연으로 여러 지역을 다녔고, 또 달서청년연극제에서 연극제 버전으로 각색되어 라이브 연주와 함께 공연되기도 했으며,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몇 차례 공연하였다.
직접 연출을 한 적은 없지만,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질 때마다 작가로 참여해 계속해서 작품을 개발하고 보완하였다.
사실 내 작품이 오래오래 공연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좋은 연출가를 만나서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소개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이 작품을 그만 공연하려고 한다.
그동안 공연을 많이 하기도 했고, 또 여러 방향으로 각색도 되기도 했다. 이제는 할 만큼 한 것 같다. 내년에는 투어를 가던 다른 어떤 기획에 필요하더라도 옹고집전은 그만 보내주고, 새로운 작품을 내놓으려고 생각 중이다.
사실 계속해서 공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같은 작품을 오랫동안 공연하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일을 멀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전의 작품은 잘 보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도 같은 작품을 공연한다고 생각하면, 나태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작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판소리 다른 마당들에 관해서도 공부해 보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고민해 보면서 부지런히 공부해야만 한다. 스스로에게 이러한 환경을 만들고자 주위 동료들에게도 앞으로는 옹고집전은 그만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렸다.
일이든 작품이든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득보단 실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버리는 물처럼 말이다.
그동안 정들었던 작품과는 이별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고마웠어. 이젠 보내줄게. 안녕.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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