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커피와 디저트를 코스로? 나만을 위한 특별한 '커마카세'

바에서 1시간 동안 색다른 음료·디저트 즐겨
다양한 맛 음미하며 사람들과 대화 나누기도
인테리어·소품 등 레트로한 분위기 향수 자극

세탁소 건물을 개조한
세탁소 건물을 개조한 '소명커피바'. 외관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카페 내부 공간 역시 빈티지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카페 내부 공간 역시 빈티지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한 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오마카세'가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일본어인 오마카세(おまかせ)는 '타인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뜻으로 외식업계에서는 '맡김 차림' '주방장 특선' 정도로 해석된다.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를 맡기면 요리사는 엄선된 재료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코스 형식으로 내놓는다. 가장 널리 알려진 스시 오마카세부터 시작해 한우, 양고기, 파스타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오마카세의 형식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색다른 커피와 디저트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커피 오마카세, 즉 '커마카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얼룩덜룩한 바닥과 시멘트가 드러난 벽면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자아낸다.
얼룩덜룩한 바닥과 시멘트가 드러난 벽면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자아낸다.
분위기 있는 작은 바도 있다. 주로 이곳에서
분위기 있는 작은 바도 있다. 주로 이곳에서 '커마카세'가 진행된다.

◆레트로 감성 가득한 공간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소명커피바'.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2번 출구에서 대구 초등학교를 따라 300m 정도 걸어오면 찾을 수 있다.

세탁소 건물을 개조한 소명커피바는 과거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외관은 세탁소 시절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낡은 미닫이문에 붙어있는 세무잠바, 무스탕, 밍크오바 등의 글귀 탓에 자칫하면 카페인지 모르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11~12평 규모의 카페 내부 공간 역시 빈티지한 감성들로 가득하다. 얼룩덜룩한 회색 바닥과 시멘트가 드러난 벽면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자아내고, 오래된 타자기와 시계 등 소품들은 레트로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바(bar)도 있다. 바 테이블 맞은편에는 턴테이블, 대형 스피커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LP들이 전시돼있다. 배경 음악들이 주로 이문세·015B·변진섭 등 1990년대 앨범 위주여서 과거로 잠시 추억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소명커피바를 운영하는 이유진(30) 대표는 "카페를 만들면서 인위적이고 새로운 느낌보다는 원래 이 골목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콘셉트로 가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며 "옛것을 좋아하다 보니 인테리어·음악 등 대부분을 빈티지한 분위기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콜드브루·우유 베이스에 특제 바닐라 소스, 우리 밀, 레몬 제스트를 섞은
콜드브루·우유 베이스에 특제 바닐라 소스, 우리 밀, 레몬 제스트를 섞은 '레몬 바닐라 라떼'.
숙성시킨 매실 원액에 페퍼민트를 갈아 넣은
숙성시킨 매실 원액에 페퍼민트를 갈아 넣은 '매실 모히또'.

◆처음 경험하는 색다른 맛

소명커피바의 커마카세는 주 1회 또는 2회, 하루 5회씩 예약제로 운영된다. 1시간 동안 진행되며 최대 4명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다. 매달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고 그에 어울리는 음료와 디저트가 코스로 제공된다.

12월 초인 이날 준비된 음료와 디저트는 총 6가지. '연말정산'이라는 주제로, 올해 진행된 커마카세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들로 구성됐다.

첫 코스는 콜드브루·우유 베이스에 특제 바닐라 소스, 우리 밀, 레몬 제스트를 섞은 '레몬 바닐라 라떼'. 바닐라 라떼의 달달한 맛에 레몬의 상큼한 향이 더해져 오묘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냉이가 들어간 슈크림 디저트인 '냉이와 슈'. 슈 페이스트리 안에 냉이를 끓여 만든 커스터드 크림을 넣고 위에 다크 초콜릿 가루를 뿌려 단맛과 쌉쌀한 맛의 밸런스를 맞췄다.

세 번째는 싱글 에스프레소와 홍차가 함께 나오는 '블랙티샷'. 콜롬비아 만다린 원두로 내린 청귤 향의 에스프레소를 먼저 마신 후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애플티가 섞인 홍차로 입가심하면 된다.

이 외에도 매실 원액에 페퍼민트를 갈아 넣은 '매실 모히또', 귀리 우유에 홍차를 저온 숙성시켜 만든 '베르가못 오틀리티', 구운 단호박 젤라또에 따뜻한 크림을 곁들인 디저트가 차례로 제공됐다.

메뉴가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맛을 음미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1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원재료, 맛있게 먹는 법 등 바리스타의 섬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음료의 맛이 더욱 깊이 있게 느껴졌다.

슈 페이스트리 안에 냉이를 끓여 만든 크림을 넣고 위에 다크 초콜릿 가루를 뿌린
슈 페이스트리 안에 냉이를 끓여 만든 크림을 넣고 위에 다크 초콜릿 가루를 뿌린 '냉이와 슈'.
콜롬비아 만다린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와 홍차가 함께 나오는
콜롬비아 만다린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와 홍차가 함께 나오는 '블랙티샷'.

◆다양한 향과 맛을 전하고파

이 대표의 '커피 여정'은 꽤 오래됐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에 나와 카페, 생두 무역회사 등에서 관련 커리어를 10여 년간 쌓아왔다.

커피에 대해 좀 더 큰 포부를 갖게 된 계기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통해서였다. 커피 농장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맛보는 커피 향과 맛에 매료된 것.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는 한정적인 탓에 이러한 향과 맛을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단다.

이 대표는 "그때 '사람들에게 다양한 향기와 맛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며 "일상을 살다 보면 주로 비슷한 음식들만 먹게 되는데 그것 말고도 이런 맛과 향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커피로 오마카세를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런 동기가 이 대표에게는 소명(召命)이 됐고, 소명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카페의 이름도 소명커피바로 정했다.

이 대표는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색다른 메뉴들을 개발하기 위해 요리 영상을 시청하거나 직접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연구한다. 특히 요리 쪽은 재료의 깊이나 폭이 넓은 편이어서 커마카세 메뉴를 구상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고. 영감을 받은 요리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여러 방식으로 테스트한 후 괜찮은 것을 메뉴로 발전시킨다.

귀리 우유에 홍차를 저온 숙성시켜 만든
귀리 우유에 홍차를 저온 숙성시켜 만든 '베르가못 오틀리티'.
구운 단호박 젤라또에 따뜻한 크림을 곁들인 디저트.
구운 단호박 젤라또에 따뜻한 크림을 곁들인 디저트.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

커마카세를 찾는 손님들은 주로 20~30대가 많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커마카세라는 테마가 아직 생소하다 보니 처음엔 호기심에 많이 찾는다. 하지만 다양한 향미(香味)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그 만족감은 곧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실제 손님의 30~40%는 매달 빠지지 않고 찾는 단골들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커마카세의 큰 매력 중 하나다. 맛있는 메뉴를 맛보면서 바리스타,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외의 큰 힐링이 된다.

또 나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며 특별해진 기분을 느끼고 싶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일상에 지친 나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인 셈이다.

동생과 함께 찾은 김정은(22) 씨는 "1년 전 우연히 방문한 이후로 메뉴들이 궁금해 매달 찾고 있다"며 "다양한 음식들을 개발해 정성껏 대접해 주는 대표님의 진심이 전해져 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소명커피바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동네 카페로 남아있는 것이 목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2, 3호점을 내며 매장의 수도 늘려갈 계획이다. 지금 위치한 장소 인근에 이미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언제 찾아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네 카페처럼 아늑하고 친숙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향미를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는 소명을 잊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며 이 공간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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