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국세가 쇠퇴할 때 즉위해 왕건과 견훤의 압박을 받다가 포석정에서 견훤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이한 신라 제55대 왕 '경애왕'을 재조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 박순교는 경애왕에 대한 숨겨진 역사와 그를 둘러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평가를 추적했다.
저자는 신라 왕조의 마지막 역사는 베일에 가려져 확연치 않다는 찝찝함을 드러낸다. 경애왕이 포석정에서 연회를 벌이다 예상치 못하게 견훤의 침입을 받아 죽었다는 대목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후삼국 세력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고 경애왕은 왕건에게 구원까지 요청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위기에 처했던 경애왕이 유흥과 전치를 즐겼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견훤이 경애왕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역사에 대해서도 저자는 의문을 표한다. 견훤이 방종에 빠진 경애왕을 살려서 정권의 꼭두각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는 것. 이같이 섣부른 죽음을 당한 경애왕의 비극을 저자는 낱낱이 파헤친다.
이 책은 '삼국유사'를 토대로 경애왕의 최후와 최후에 이르는 단계를 고찰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달리 경애왕의 혈족에 대해 기록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 삼국유사가 경애왕 이후에 즉위한 김부가 경애왕의 장례를 지냈다는 삼국사기 기록은 생략했는데, 이 지점은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한다.
즉, 일연이 삼국사기의 서술에 반대하면서 포석정이 술판의 장소가 될 수 없다는 점, 경애왕의 죽음에 의문이 있다는 점을 짚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삼국사기가 김부 일가와 포석정의 관계를 감추고 싶어했다고 보고 비판 의식을 가지며 축소된 역사의 행정과 기록은 숨길 수 없다고 강하게 지적한다. 그는 삼국유사가 던진 경애왕의 기록을 찬찬히 곱씹어서 살펴봐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그동안 많은 논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후삼국 시대 약소국 신라의 정치적 역할과 노력을 포착할 때 역사의 진상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고 본다. 궁예와 완건, 견훤이라는 축을 대립해 조감했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후퇴하던 신라의 치열한 생존 욕구과 노력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다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신라 하대의 집권과 정치 동향을 살핀 뒤 경애왕의 포석정 나들이와 죽음에 관한 시비를 가린다. 279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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