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장애아동 구하려다 화상 입고 의식불명…"아내가 그립습니다"

힘들게 차린 식당 위층서 화재…거동 불편한 아이 구하려다 불길 갇혀
구조됐지만 신체 표면 70% 화상에 대사성 뇌병증까지 겹쳐 의식불명
아내 병간호 하느라 장사 못해… 장기치료 예상되지만 치료비 '막막'

지난 24일 신체 표면의 70% 화상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순이(62) 씨가 병실 침대에 누워 있다. 현재 순이 씨는 대사성 뇌병증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4일 신체 표면의 70% 화상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순이(62) 씨가 병실 침대에 누워 있다. 현재 순이 씨는 대사성 뇌병증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있다. 윤정훈 기자

"여보, 요 근처서 머리 좀 깎고 올게."

"......"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대답은커녕 눈동자도 잘 못 움직여 천장만 보고 있는 아내였다. 양수식(67) 씨는 시뻘건 화상자국으로 뒤덮인 아내의 두 다리를 얇은 이불로 덮어준 뒤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는 정돈 안 된 머리의 사내가 서 있다. 아내 병간호를 위해 거의 반년을 병원에 살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수식 씨의 머리는 귀를 다 덮을 정도로 길었다. 머리 길이만큼 아내와 대화하지 못한 시간도 하릴없이 길어지고 있다. 하루 종일 곁에 있지만 이젠 볼 수 없는 아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수식 씨는 이발소로 초조한 걸음을 옮겼다.

◆위층에서 발생한 화재, 거동 불편한 아이 구하려다…

수식 씨가 아내 김순이(62) 씨를 만난 건 1980년 어느 봄이었다. 순이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스무 살 성인이 되자마자 상경해 식당 일을 시작했다. 그곳은 수식 씨의 고모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대구에서 양복점을 하고 있던 수식 씨는 고모를 통해 순이 씨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은 그해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셋방살이로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부부 사이는 좋아서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양복이 기성복에 밀리며 벌이가 점점 줄어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기울었다. 결국 결혼 후 5년 만에 양복점 문을 닫아야 했다.

할 줄 아는 일이라곤 양복 손질밖에 없었던 수식 씨가 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부부가 다음 생계 수단으로 선택한 건 연탄 배달이었다. 남편을 따라 매일 연탄을 나른다고 순이 씨의 얼굴은 늘 까만 연탄 가루로 얼룩졌다. 고단한 하루가 계속됐지만 긍정적인 순이 씨는 꿋꿋이 립스틱을 바르는 등 활기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길 가는 사람들이 "젊은 색시가 예쁘게 화장하고 연탄 배달이나 한다"며 수군댈 때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수식 씨의 가슴을 옥좼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아는지 힘든 내색조차 안 하던 순이 씨였다.

연탄 배달이 거의 없는 여름엔 수식 씨는 공사장 일을, 순이 씨는 쌀을 팔며 8년간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세를 들어 작은 식당을 열었고, 15년 동안 이곳저곳 전전하다 마침내 4층짜리 상가 주택 1층에 부부만의 식당을 열게 됐다. 남들이 보기엔 작고 흔한 식당에 불과했지만, 부부에겐 젊은 날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겨우 자리 잡은 소박한 식당에 비극이 일어난 건 지난 6월이었다. 그날 오후 5시쯤 식당이 있는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2층에는 평소 순이 씨가 예뻐하던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남자아이 두 명이 살고 있었다. 그중 2학년 아이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했다. 화재 상황을 인지하고 수식 씨가 소화기를 가지러 간 사이, 순이 씨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이미 대피했으나 순이 씨는 이를 몰랐다.

◆화마가 남긴 병마… 신체 표면 70% 화상, 뇌병증까지

그렇게 길이 엇갈린 채 2층 아이들 방에 도착한 순이 씨. 아이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방 입구까지 번진 불에 갇히고 말았다. 순이 씨는 등 뒤로 엄습해오는 불길을 피해 창문을 열고 살려 달라 외쳤다. 그러는 사이 순이 씨의 몸 뒷면 대부분이 화상으로 녹아내렸다. 이후 구급대원에게 구출된 순이 씨는 대구에 있는 한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순이 씨는 이 화재로 신체 표면의 70% 화상을 입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사성 뇌병증까지 와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갑작스러운 참극에도 수식 씨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놈의 돈이 맘 놓고 울지도 못하게 했다. 화상 치료에 4천만 원이 들었고, 아직 밀린 치료비로 3천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뇌병증 관련으로 또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단 18일 입원에 1천500만 원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근래 몇 년 장사가 안돼 모아둔 돈도 얼마 없었다. 그마저도 수식 씨가 24시간 병간호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식당 문도 못 열고 있다. 3천만 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며 하루를 버틸 뿐이다.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41살 된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허리를 다친 이후로 힘든 일을 하지 못해 주차요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월 200만 원으로 어린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아들에게 차마 손을 벌릴 수 없었다. 우선 화상 치료에 전념한 이후 뇌병증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순이 씨는 현재 화상전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치료가 예상되지만,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상황에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고요한 성탄제의 밤, 아내의 소변을 처리하며 수식 씨는 조용히 기도했다.

아내를 다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조용하지만 처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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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귀화 위해 한국 왔는데 폐렴 걸린 딸 돌보는 고려인 남스타니슬라브 씨에 2,580만 원 전달

귀화하려고 한국에 왔는데 1살 된 딸이 폐렴 판정을 받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남스타니슬라브 (매일신문 12월 13일 자 10면) 씨에 2천580만73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강종수 3만원 ▷이창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희숙 2만원 ▷신종욱 2만원 ▷권오영 1만원 ▷유영팔 1만원 ▷이장윤 2천원 ▷'김나현쌤' 7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알코올·도박중독 남편 피해 네 아이 돌보는 노수영 씨에 2,121만 원 전달

가정폭력 트라우마 시달리며 알코올·도박중독 남편을 피해 아이 넷을 돌보고 있는 노수영(매일신문 12월 20일 자 10면) 씨에 47개 단체, 146명의 독자가 2천121만6천522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대구상서고학생들 100만원 ▷(주)세원정공물산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주)태린(양홍석) 40만원 ▷(주)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주)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 20만원 ▷국민법무사김태원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학 10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주)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민프루스트(한유미)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수가성순두부 5만원 ▷우리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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