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있던 작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대형 서점들만 겨우 살아남은 때가 있었습니다. 대형 서점들도 인터넷 서점으로 옮겨가는 사회의 큰 변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에 다시 동네 서점, 동네 책방, 지역 서점 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책방들이 눈에 띕니다.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물씬 풍겨나는 북 큐레이션과 인테리어, 심지어 카페를 접목해 커피나 빵을 곁들여 파는 곳도 있습니다. 책과 책이 담긴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일까요?

◆책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곳
소설 속 공간이지만 가보고 싶어지는 책방을 소개합니다.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입니다. 책으로 어떤 요리가 만들어지나 궁금해지는 제목입니다. 이곳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북 카페이자 북 스테이를 겸하는 곳입니다. 북 카페에서는 책을 읽고 커피나 디저트를 먹을 수 있으며 글쓰기 프로그램이나 느린 우체통과 같은 참여형 행사를 진행합니다. 펜션 형태의 북 스테이에서는 서점 지기의 추천 책도 읽고 자신의 글도 쓰면서 건강한 조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최적의 휴식처로 보입니다.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옵니다. 밤하늘의 별 속에서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도 하고, 20대 끝자락의 젊은이들이 헛헛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다가올 30대를 받아들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랑에 가슴이 아픈 청년의 이야기에 함께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여전히 힘들고 불안한 과거와 현재의 우리들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중간중간 소개되는 책들은 때때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심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츠바키 문구점'의 문장을 인용해 느린 우체통 행사를 계획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와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통해 인물이 느끼는 상황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카야를 통해 인물의 외로움과 슬픔을 풀어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반가운 책들의 이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방의 크리스마스이브 행사가 눈에 띕니다. 행사에 참여할 때 자신의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책이나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책을 각자 가져오도록 합니다. 이렇게 모인 책들 중에서 사람들은 한 권씩 선물처럼 골라가져 갑니다. 가족 모임이나 연말 모임에서 따라해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서로의 취향이나 책 선정 이유를 들어보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응원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책방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청소년이 주인공이면서 책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편소설집이 있습니다. '환상의 책방 골목'입니다. 이 책에는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제목이 있지만, 책방의 특징으로 표현하면 사차원 책방, 무덤 책방, 심야 책방, 유령 책방, 덕후 책방입니다.
사차원 책방은 미래에 자신이 쓰게 될 책과 그 책의 주인공이 현재의 자신과 연결되어 일어나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진 소설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주인공이라서 작가의 꿈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가는 책방 이야기로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무덤 책방을 다루고 있는 '모노크롬 하트를 찾아서'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독자의 선택에서 멀어져 간 잊혀진 책들이 등장합니다. 독자와 함께 연결될 때 의미를 갖게 되는 책의 인생이 청소년인 주인공을 통해 다시 이어지게 됩니다.
심야 책방의 이야기인 '핑크래빗백과 심야 책방'은 밤과 밤 사이에만 문을 여는 신기루와 같은 책방입니다. 늦은 밤 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가게 유지가 되냐는 손님의 말에 책방 주인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어요." 어쩌면 우리가 책방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책방들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책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위로와 격려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우리 동네에 어떤 책방이 있는지 자녀들과 함께 찾아보시길 권해 봅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