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 금융장벽을 넘다…비대면 계좌 늘리고 점포 수 줄여

AI·블록체인 결합 신사업 추진

지난달 제34차 아시아신용보완기관연합(ACSIC) 회의가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ACSIC 회원 기관 임직원과 국내외 초청 인사 포함 약 250여 명이 참석,
지난달 제34차 아시아신용보완기관연합(ACSIC) 회의가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ACSIC 회원 기관 임직원과 국내외 초청 인사 포함 약 250여 명이 참석, '위대한 도약 :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중소기업금융 발전방안'을 주제로 예측불가의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중소기업의 회복탄력성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매일신문 DB

은행권은 한때 '신이 내린 직장', 한 술 더 떠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 불린 적 있다. 억대 연봉에 본인과 가족 의료비 지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자녀 학자금 지원 등 대기업 수준의 복지, 타 직종과 비교해 상대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환경, 여기에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신화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은행도 기업이라 망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그런 기억이 흐릿해질 즈음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경고등을 켰다.

그리고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금융업계가 그간 애써 외면했던 뇌관이 터졌다. 미증유 감염병 위기가 '디지털 비대면 금융'과 맞물리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며 은행권에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 비중은 2017년 44.4%(1천685만건)에서 지난해 76.1%(3천533만건)까지 상승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대면 계좌개설 비율도 6.4%에서 20.0%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16년 6월 말 3천840개이던 시중은행의 지점·출장소는 올해 6월 말 2천943개로 줄었다.

대도시인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신한은행은 14년 전 지점으로 업무를 시작한 성당동 출장소를 올해 마지막 근무일 폐점한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주변에 '마지막으로 은행 가본 게 언제냐'고 물으면 한참 생각해야 답이 나올 만큼 개인이 금융 업무로 창구를 찾는 예는 극히 드물다. 창구를 찾던 어르신들도 창구 직원 안내에 따라 스마트뱅킹을 해보고 익숙해지면 그게 더 편하다고 찾지 않을 정도"라며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융권이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지만 업황 자체로는 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장 후 3년. 금융업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된 시대에 생존을 위한 디지털 전환, 금융권을 향해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춰 차별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 해법도 각양각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통 금융업에 있어서 첨단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무장한 빅테크는 가장 큰 경쟁자다"면서 "은행들은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창구는 더 많아졌다. 그런 만큼 금융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경쟁 기업은 더 많아지면서 '은행들만의 리그'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카카오뱅크는 출범 5년도 안 돼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올 초에는 시가총액이 5대 금융지주보다도 높았던 데 시사점이 있다"면서 "시중은행, 지방은행 할 것 없이 디지털혁신 비전 및 전략 수립, 인공지능(AI)·블록체인·메타버스 등과 결합한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은행권 전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앞으로 주요 금융 소비자가 될 연령대이자 현재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이끄는 MZ 세대가 지속 가능성에 바탕을 둔 '가치 소비'를 즐기는 터라 이들을 겨냥한 사회공헌 활동도 발굴하는 데도 소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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