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초의회와 기초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 생활에 보다 직결되는 곳에 예산을 쓰자는 격론이면 권장할 일이다. 필요한 예산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면에 서로가 서로를 무시했다는 사감(私感)이 깔려 있다면 유야무야 넘길 일이 아니다.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산이다. 주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천명한 이들과 공복을 자처하는 이들이 취할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대구 중구의회와 중구청 집행부 사이의 갈등은 골이 제법 깊다. 고성과 폭언 시비마저 일면서 추경 심사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이들의 갈등은 중구의회가 중구청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3천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한 데서 촉발됐다. 전체의 2%가 채 안 되는 금액이지만 집행부는 이것이 구정 운영에 차질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안동시의회도 안동시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1조 4천억 원 중 201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항목 대부분은 권기창 안동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 예산이다.
특히 안동시의회와 안동시청의 갈등은 전조가 있었다. 이달 초 모로코에서 하회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때 기쁨의 환호성보다는 시의원들의 갑질 논란 소음이 더 빨리 퍼졌다. 현지 비공식 일정 내내 시의원 대접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는 구설이었다. 두고 보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갈등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일이다. 심기(心氣)가 예산 책정과 정책 찬반의 기준이 돼선 곤란하다. 시민의 대리자로 집행부 견제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선의마저 오염될 수 있다. 집행부도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다.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주민 동의를 구한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 의회와 집행부의 소통이 생활 정치의 기본임을 잊어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이들의 공천에 관여한 지역구 국회의원의 중재도 있어야 한다. 혼잡한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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