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강추위 속 전력 수요 최고치, 탈원전의 무모함을 보여준다

역대급 한파가 계속될 경우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올겨울 우리 국민이 치를지도 모르겠다. 한국전력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기준 최대전력(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이 94.5GW(기가와트)까지 치솟아 올해 통틀어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 93.0GW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마자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초 정부는 1월 셋째 주 최대전력 수요가 90.4~94GW로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 한파로 전력 수요는 급증한 반면,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태양광 발전량은 전라·충청권 폭설로 급감했다. 기후·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원으로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 전력 공급 예비율이 13%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10% 아래로 떨어져 비상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극한 추위 속의 전력 '블랙아웃'은 대참사나 다름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금지와 원전 운전 기간을 제한했던 일본 정부도 '원전 제로' 정책을 11년 만에 대전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주재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 회의에서는 일본의 차세대 신규 원전을 폐로(閉爐)하는 원전 부지에 건설하고, 최대 60년인 현행 원전 운전 기간 제한을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을 '베이스 로드 전력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베이스 로드 전력원이란 합리적인 비용으로 밤낮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사회 인프라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한국 원전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상주의에 빠져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가 보여주고 있다. 당분간 우리 국민은 최악의 불랙아웃을 막기 위한 절전 노력이 필수적이다. 전력 요금 급등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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