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대준 작가가 자신의 작품 'One small step'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빨간 코끼리는 어린 시절 나를 묵묵히 지켜주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새 제가 그 빨간 코끼리가 돼서 두 아이를 품어주고 있네요."
신대준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그림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의 그림 속에는 항상 커다란 코끼리, 나무가 등장한다. 밝고 씩씩한 모습의 작은 소년은 코끼리와 함께 걷거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나무에 편안하게 기대어 쉬기도 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다. 자신을 지켜주던 아버지의 커다란 존재를 형상화하고, 한겨울 따스했던 이불의 빨간색 패턴이 더해져 빨간 코끼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그는 빨간 코끼리를 아버지의 모습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작품을 바라보는 이에 따라서 내 마음에 존재하는 수호신, 커다란 엄마의 품, 든든한 친구, 듬직한 남편의 모습으로 대입시킬 수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해석하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가 자신에게도 커다란 코끼리는 더이상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아버지가 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존재가 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100호 크기의 신작 'One small step' 역시 그러한 얘기를 말하고 있다.
"제 아이가 놀이기구를 타기 전,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에 못 이겨 물로 목을 축이고 용감하게 타는 모습에 영감을 받은 그림입니다. 그림 속 소년도 숲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지만 호기심으로 작은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매 순간이 모험이지만, 두려움보다 기대가 크기에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죠. 소년과 함께 커다란 세상으로 향하는 코끼리가 마치 저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대준, 사막의 밤, 72.7x53.0cm, Acrylic on canvas, 2022.
작가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고, 자신 또한 누군가가 기대는 존재가 될 수 있기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관람객들이 꼭 전시장에 와서 작품을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었다"며 "자신이 그림 속 소년이나 코끼리, 나무가 돼보는 체험은 작품을 직접 보고 빠져들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느낌을 넘어,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하고싶다. 개인전을 열 때마다 그런 점을 극대화하고자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 'One small step'처럼 11번째 개인전이 새로운 도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삶의 경험이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펼칠 얘기들도 확장되겠죠. 앞으로 그림을 통해 관람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려 합니다."
신 작가는 동아대 산업디자인과와 부산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키다리갤러리 전속 작가다. 그의 전시는 키다리갤러리(대구 동구 신서로21길 3-5)에서 28일까지 이어진다. 070-7566-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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