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용 세습·채용 강요 차단 ‘공정채용법’ 반드시 제정하라

윤석열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공정채용법을 제정해 노조원의 자녀나 친인척을 채용하는 고용 세습과 소속 노조원 채용 강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는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3개 단체협약에 우선·특별 채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년퇴직·장기 근속자의 자녀 우선 채용, 재직 직원 자녀에 가산점' 등이 그런 조항이다. 이는 공정한 채용 기회 박탈이자 '고용 세습'이다. 고용구조를 망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편법으로 원청 업체와 하청 업체 간 격차를 키우는 반시장 행위이기도 하다. 정부가 공정채용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이런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을 명령하고, 불법 채용이 발생하면 사법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 정부가 노사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이 포함된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노조들은 "노조 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가 정부의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처벌은 미미하다. 현행 채용절차법상 '고용 세습' 특혜는 과태료 500만 원, 노조원 채용 강요는 과태료 3천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실태 조사를 거부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 이러니 시정명령만으로는 현대판 음서, 편법 채용을 막을 길이 없다. 공정채용법에 징역형과 같은 강화된 처벌 조항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노조의 고용 세습·채용 강요 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관련 법 개정에 미온적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조장했다. 조직화된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직되지 못한 청년 및 개별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여당이자, 거대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공정채용법 제정은 물거품이 된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 여당에 야당인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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