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BTS 멤버 '뷔' 벽화거리…관광홍보 막히자 찬바람만 '쌩쌩'

서구청, 퍼블리시티권-부정경쟁방지법 염려…활발한 홍보 제한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대구 서구 비산동에 조성된 BTS 뷔 벽화거리가 특별히 찾는이 없이 조용하다. 윤수진 수습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대구 서구 비산동에 조성된 BTS 뷔 벽화거리가 특별히 찾는이 없이 조용하다. 윤수진 수습기자

"조성 초기에는 활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지난 24일 오후 찾은 대구 서구 비산동 BTS '뷔 벽화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인파 없이 조용했다. 주민 우상민(17) 군은 "벽화거리 앞을 늘 지나다니는데, 이곳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잘 보지는 못했다"며 "특별히 관광효과가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BTS 뷔 벽화거리가 대구에 조성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관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뷔 이름을 걸고 관광자원을 조성해도 담당 구청은 법적인 문제를 염려해 마음 놓고 홍보조차 못하는 형편이다.

서구청은 지난해 12월 뷔의 모교인 비산동 대성초 외벽에 높이 2m, 길이 33m 규모의 초대형 벽화를 설치했다. 벽화 설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구청은 뷔가 비산동 어린이집을 다녔다는 소식을 접하고 관광 사업을 검토했으나, 소속사 측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 뷔의 중국 팬클럽이 3천만원을 지원해 벽화거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소속사 측이 수용해 서구청이 장소를 검토했다. 역시 뷔의 모교인 비산동 제일고를 후보군에 올렸으나 학교 측은 면학 분위기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다행히 대성초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뷔 벽화거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서구청은 관광객 유입과 주변 환경 정리를 목표로 지난 5월 3천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벽화를 60m로 연장하기도 했으나, 기대했던 지역관광 활성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벽화거리 근처 상인들 역시 '뷔 특수'를 누리진 못하고 있다.

대성초 옆 음식점에서 일하는 A씨는 "벽화거리를 보러 오는 사람이 가끔 있긴 하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인근 옷가게 주인 B씨는 "벽화를 보러오는 사람은 주로 젊은층이라 상권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아쉬워 했다.

뷔 벽화거리가 관광지로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홍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구청에 따르면 '뷔' 벽화거리라는 이름 자체가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어 소속사에서는 홍보 행위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경쟁방지법이 올해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골자로 개정된 점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 6월 특허청은 유명인의 초상, 이름 등을 허가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명문화되지 못했던 퍼블리시티권이 처음으로 재산권으로 인정됐다. 법무부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퍼블리시티권도 보장하는 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데뷔일, 컴백, 생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벽화거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고 있다"며 "퍼블리시티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법적인 문제로 뷔 벽화거리를 홍보 목적으로 알리는 데 무리가 있다"고 했다.

반면 단순히 거리를 홍보하는 행위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다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BTS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공정한 상거래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며 "다만 소속사가 홍보 활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홍보 방법 등 개별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벽화거리를 만든 만큼,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홍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행사 관광 코스에 뷔 벽화거리가 포함된 상품은 MZ세대나 외국인에게 반응이 좋은 편이다. 시티투어 이용객에게도 벽화거리를 따로 안내하고 있다"며 "대외적이고 공식적인 홍보는 어려워도 입소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이용해 홍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부정경쟁방지법=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나 상호 등을 사용한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올해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골자로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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