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포용성'은 좋은 도시의 필수 가치다. 세계의 빼어난 조직, 회사, 공공기관, 그리고 지역과 국가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 번영하는 도시의 핵심 조건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관용'이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다양성이란 '다름'을 말한다. 성별, 나이, 교육, 인종, 피부 색깔, 성 정체성, 종교, 가치 등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포용성이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협력, 융합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했던 나라는 미국이다. 다양한 인종, 피부 색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였기 때문에 미국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국가 경영에 중요한 과제로 다루었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이 경험했던 일을 겪고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긴밀한 교류와 협력은 모든 나라에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글로벌 전략의 출발이다. 창의와 혁신을 위해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 '다름'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이 있어야 더 나은 것이 나올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동질적이고 배타적인 조직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있는 조직이 더 성과가 높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다름을 꾸준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포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간 국가, 지역, 조직은 발전하였다. 동질성만을 강조하는 순혈주의와 배타성은 그 반대의 길을 갔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힘을 진화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잡종강세'(雜種强勢)다.
우리 대구는 어떤가? 현재 대구의 이미지는 '다양성과 포용성'과 거리가 먼 것 같다. 대구는 보수적이다. 동질적이다. 배타적이다. 권위주의적이다. 위계적이다. 이런 표현은 물론 인상기(印象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의 이런 점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도시의 개방성 부족에 대해 여러 차례 질타한 바 있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가 즐겨 쓰는 말이다. 일차적 사회관계-지연, 혈연, 학연 등을 강조할 때 쓰는 구호다. 문제는, 이 말이 일차적 사회관계를 환기하는 정서적 동원 기제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가 남이가!'는 정보, 기회, 권력을 나누는 자원배분의 폐쇄회로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는 일차적 관계에 묻어 있는 연민의 습속(習俗)을 불러내면서 자원배분의 폐쇄회로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일종의 주문(呪文) 같은 것이다. 이 주문은 다양성이 아니라 단일성을 강조하는 말이고, 포용성이 아니라 배타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대구에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주문이 통하는 일차적 관계의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살기 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대구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 개방성은 어디로 가고 배타적 집단 논리가 지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낙인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에 대한 검증은 엄격하며, 검증 과정은 대개 집단주의적 성격을 보인다.
최근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로 이어지고 있는 일도 그런 이미지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건축과 관련한 이웃 사이의 갈등이야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겠으나 거기에서 생겨난 사회적 배제와 혐오는 정말 기겁할 일이다. 이렇게 가면 우리가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될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 날린 돼지머리 사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불과 몇 년 전, 우리 지역이 부당한 배제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면 우리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지역 정치 행정 지도자들의 문제 해결 능력도 문제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다양성과 포용성이 실현되는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고 그래야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되면 좋은 기업도 따라서 오기 마련이다. 대구도 좋은 도시가 되려면 무슬림을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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