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을 두고 내홍을 겪었던 대구대는 지난해 6월 박순진 총장을 선출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박 총장은 28년 만에 학교 법인이 정상화한 이후 첫 총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취임사에서 '학생 중심 교육'과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박 총장을 만나, 앞으로 대학의 운영 방안과 전략을 들었다.
-법인 정상화 후 임명된 첫 총장으로서 그동안 어떤 일에 집중했나?
▶지난해 정이사로 이뤄진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했다. 이는 1994년 2월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래 28년 만이다. 대학 구성원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하고, 법인 이사회가 이를 인준한 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민주적 역량을 잘 보여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를 통해 취임한 이후 내부 조직 안정과 함께 외부로는 대학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대학 조직을 정비해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현안을 분석·진단하는 일에 열중했다.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토론하고 정책을 조율했다.
법인 이사회는 물론이고 교수회, 직원노조, 학생회, 총동창회와 소통했다. 대학 발전을 위해 공감대를 가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지역 각계 인사들을 만나 새롭게 출발하는 대학의 의지를 알렸다. 특히 경상북도와 경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는 실질적인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데, 어떤 해법이 있는지?
▶우리 대학은 신입생 정원 기준으로 전국 10위권 대형 종합대학이다. 교육편제를 재구조화해 경쟁력 있는 대학구조를 만들면서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학과 포트폴리오를 경쟁력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전통적 특성화 분야를 강화해 건학이념을 실현하고, 지식정보 사회에서 대학 발전을 이끌 미래 유망 분야와 학과를 육성해야 한다.
대학의 근간은 학과다. 학과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 입학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입학하고 재학하는 동안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대학 교육을 실천하고자 한다. 대학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입학단계부터 발굴 육성하고, 재학생들이 특별한 성취를 경험하도록 지원하겠다.
교양과 전공 교육을 혁신해 급격한 지식 변화와 기술·산업적 요구에도 대응하겠다. 더불어 학과 중심으로 운영해온 교육과정을 개방·공유해 우수한 교수의 역량이 학과와 전공의 벽을 넘어 학생 교육과 대학 발전을 위해 공헌하도록 만들 것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사람이 한다. 교수들이 안정된 여건 속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도록 지원하고, 역량 있는 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 아울러 14년간의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압박이 상당한 가운데 재정 운영의 기조를 혁신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예산 편성과 집행 기조를 혁신해 재정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적정 규모를 확보하면서 그에 맞는 편제와 직제를 만들고자 한다.
-구체적인 교육 직제 개편 방안이 있다면?
▶학사편제를 조정하는 일은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신입생 미충원이 현실화하면서 정원 축소가 현안 과제가 되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높아 정원 축소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정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학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경쟁 대학과 비교해 학과 수가 다소 많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임기 초반 3년 동안 학과·전공 수를 25% 정도 감축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학과를 감축하면서 미래 수요에 대응해 유망 학과를 7, 8개 신설하는 일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학사편제 조정과 관련해 학과·전공을 특성화 그룹, 차별화 그룹, 전문화 그룹으로 구분해 그룹별로 정책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취임 이후 학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다. 대학의 전통적 특성화 분야는 강화하는 한편 대학 발전을 이끌 분야와 학과를 육성할 것이다. 대형 종합대학으로서의 위상에 맞는 학문의 균형발전도 고려하며 학사편제를 재편하고자 학내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지방대 육성 권한이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대폭 이양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와의 공생을 주도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을 만들겠다.
사람, 일자리, 문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은 지역 발전을 두고 시민의 삶에 좀 더 밀착해 실질적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경산은 사람, 일자리가 늘어나고, 다른 지역보다 양호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외형적 발전도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대학이 많다는 사실을 주목하면 좋겠다. 우리 대학은 지역을 위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면서 대학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공개해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지역대학이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지자체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머물수 있는 더 나은 여건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성인 학습자와 외국인 학생 등 새로운 입학 자원 발굴은?
▶지역의 대다수 지자체와 협력해 농민사관학교, 여성대학 등을 설치해 모범적으로 운영해왔다. 교육 대상자가 있는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통해 수요자 중심 교육을 실천했다.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협력하는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했다. 학점은행제를 비롯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4년제 정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치하는 등 선취업 후진학자와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을 선도해왔다. 미래융합학부는 특성화고교 등을 졸업한 재직자와 30세 이상 성인 학습자를 위한 정규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직장인과 성인 친화형 맞춤 학부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일-학습 선순환 체제를 구축했다.
코로나19에도 우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과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콩고와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모두 63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1천586명이 재학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한발 앞서 움직였고,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전망 아래 유학생 유치 기반을 다졌다. 지난달에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현지 대학과의 교류 협력을 증진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앞으로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주력할 것이다. 첫째는 기존에 성과를 보인 중국, 베트남, 일본 등의 유학생 유치 기반을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긴 안목을 갖고 새로운 국가에서 유학생 유치 기반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학위과정을 중심으로 이중언어 강좌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교육 방법과 과정을 도입하고자 한다.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청사진이 있다면?
▶대구대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며 설립한 대학이다. 설립 이래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장애인과 소외된 사람들을 교육했고,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특수교육, 재활, 사회복지 분야의 인력 양성에 매진해왔다. 국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기울여온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임기 중에 이러한 일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발달장애인 4년제 정규학위 과정인 특수창의융합학과는 우리 대학이 장애인 교육에서 한 걸음 더 앞서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울러 모든 학생이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대학으로 만들려고 한다. 모든 학생이 재학 중에 작든 크든 하나 이상의 성취를 경험할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한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축적하면서 자존심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당당하게 개척해나갈 수 있게 돕겠다.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학생이 오고 싶은 학과를 더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국적인 경쟁력을 가진 특성화된 학과가 있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학과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학과에서 학생들이 성취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실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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