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이 책은 어디 있습니까?"
사서로서 뿌듯한 순간 중 한 가지는 책을 찾아주는 일이다.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은 청구기호 순으로 정렬돼 간단한 규칙만 알면 누구나 손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을 처음 방문하거나 청구기호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무수한 책의 바다 속에서 원하는 책 한 권의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합자료실 담당자로 근무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책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이용자가 출력한 청구기호를 보고 서가를 가로질러 책을 뽑아 들면 대부분 반응이 비슷했다. "어쩜 그렇게 잘 찾으세요? 대단하세요." 아마 그분들 눈에는 내가 미로 같은 서가 사이에서 유일한 출구를 발견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건 사서인 내가 제일 잘 알지만, 그럼에도 순수한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깨가 으쓱했다.
책이 자리에 없다거나 어디서 찾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 중 대다수는 청구기호를 잘못 본 경우이다. 그러나 간혹 책이 정말 제자리에 없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만하게 서가에 갔다가 책이 없으면 사서도 당혹스럽다.
어느 날, 이용자가 찾는 책이 서가에 없다며 다가왔다. 김영하 작가의 수필 '여행의 이유'였다. 워낙 인기 많은 책이라 잘못 꽂힌 경우가 많았기에, 비슷한 청구기호 번호나 김영하 작가의 책이 모인 구간에 있겠거니 싶어 찾으러 갔더니, 웬걸. 아무리 찾아도 책이 없었다. 한참이나 같은 서가를 보고 또 보고, 있을 법한 자리를 찾아 헤맸다. 결국 이용자에게 당장은 찾기 힘들겠다는 말을 건네야 했다. "어쩔 수 없지요." 원하는 책을 대출하지 못한 채 이용자는 돌아섰다.
이용자가 떠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휙 돌아본 서가에 그토록 찾던 '여행의 이유'가 꽂혀 있었다. 어째서 한국수필이 일본소설 서가에 가 있었던 걸까? 책을 들고서 방금 자료실을 나간 이용자를 부르며 쫓아갔다.
"고맙습니다, 사서님. 고마워요."
무사히 책을 빌린 이용자는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용자가 기뻐하는 만큼 뿌듯함도 더 컸던 날이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집이다. 오랜 기간 사서로 수많은 이용객에 '책'을 찾아주며 느꼈던 경험이 '여행의 이유' 산문집과 똑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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