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檢 "'서해 피격' 공무원, 근무 중 실족 가능성…자진 월북 아닌 듯"

"발견 당시 입고있던 조끼, 바다 위 떠다니던 조끼일 가능성"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첩보 삭제 지시 혐의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장관을 재판에 넘긴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등손상·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서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고(故) 이대준 씨가 근무 중 실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진 월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수사팀은 긴밀한 가족 관계나 북한에 발견될 당시 살려는 의지를 보인 점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할 때 실족 가능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팀이 수사로 규명해야 할 실체는 이씨가 실족했는지, 극단 선택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당시 국가기관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북한에 발견될 당시 한자(중국어)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이는 무궁화 10호에 비치된 구명조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씨가 자진 월북을 했다면 배에서부터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을텐데 배에서 이탈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비슷한 구명조끼 2개를 해상에서 수거했다며, 이씨가 바다에 떠다니는 조끼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무궁화 10호에는 개인 방수복이나 오리발 등 바다에서 활용 가능한 장비가 있었는데 이씨가 가져가지 않은 점도 자진 월북이 아닌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씨가 가족과 유대관계가 끈끈했고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해경 등이 조사했지만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한 동경이나 관심을 보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 자체가 없었다"며 "그 무렵 자료와 근거 등으로 미뤄 자진 월북으로 보기는 불명확하다고 분석한 국가기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검찰이 언급한 국가기관은 당시 국가정보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월북몰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숨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의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이씨 피살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왜곡 발표를 지시한 혐의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관련 첩보와 보고서가 서 전 실장 지시로 삭제됐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