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품상 등 10관왕을 차지한 화제작 '물랑루즈!'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개막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1899년의 파리를 배경으로 화려한 클럽 물랑루즈의 가수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존의 대중가요를 뮤지컬 음악에 사용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레이디 가가, 마돈나, 비욘세, 리한나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음악 70여 곡이 편곡돼 담겼다.
가수이자 베테랑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김지우가 매혹적인 주인공 사틴 역으로, 홍광호와 이충주가 낭만적인 작곡가 크리스티안 역으로 출연한다.
크리스티안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틴이지만, 그에겐 재정난에 처한 클럽을 구할 돈이 없다. 결국 악랄한 몬로스 공작을 유혹한 사틴은 그의 돈으로 크리스티안의 음악을 세상에 알릴 공연을 준비한다.
겉은 화려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클럽 물랑루즈처럼 아이러니한 이들의 관계는 끝내 비극으로 치닫는다.
단순할 수 있는 삼각관계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건 눈을 쉴 새 없이 사로잡는 무대와 의상, 저절로 따라부르게 만드는 친숙한 음악들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무대를 넘어 객석의 벽면까지 감싼 수천 겹의 붉은 커튼, 머리 위에 샹들리에만 10개가 달려 있고 거대한 코끼리와 풍차 모형까지 갖춘 공연장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위에선 매혹적인 차림의 댄서들이 모형 담배를 피우고 나른하게 걸어 다니며 관객을 말없이 유혹하는 '프리 쇼'가 펼쳐진다. 뒤에 흐르는 느린 재즈 선율은 이국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그네를 타고서 눈부신 의상을 입은 사틴이 마침내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순식간에 12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물랑루즈의 손님이 된다.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팝 명곡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감정을 전하는 배우들의 노래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서로에게 빠져드는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감정 변화를 표현한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에는 무려 20개의 다른 팝송 선율이 쪼개져 담겼다.
워크 더 문의 흥겨운 '셧업 앤 댄스'로 갓 시작된 사랑의 설렘을 표현하고,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로 가슴 벅찬 사랑의 약속을 전한다.
가사가 한국어 번역을 거치면서 입에 착 달라붙는 익숙한 명곡을 발견하는 재미가 반감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공연은 내년 3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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