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신년음악회 메시지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매년 이맘 때가 되면 각국 여러 악단, 여러 연주 홀에서 새로운 시작, 새로운 날,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며 새해를 기념하는 신년음악회가 열리게 된다. 지난 것들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몸과 마음을 열어주는 곡들이 울려 퍼진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전통 있기로 유명한 신년음악회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다.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비엔나 뮤직페어라인의 황금홀(Goldener saal)에서 열린다. 화려한 금빛 장식과 풍성한 생화가 어우러져 마치 무도회장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약 90개국이 이 고상하고 우아한 음악회를 실황 중계 혹은 녹화 중계한다.

클래식 애호가뿐 아니라 대중에게 새해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알리고 좋은 소리의 울림으로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빈 필하모닉뿐 아니라 여러 악단이 제각기 여러 도시에서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새해맞이 음악회를 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빈의 1월은 도시 전체가 출렁거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 출신 작곡가들의 왈츠와 폴카, 힘찬 행진곡이 많이 연주된다.

신년음악회 단골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왈츠의 '동당당 동당당' 삼박자를 듣고 있자니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스텝이 꼬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위로는 아름다운 선율이 도도하고 우아하게 지나고 있다. 경쾌한 삼박자 위에 한껏 장식적인 묘사와 부드러운 선율을 얹어 유려하게 흘러가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이처럼 행복하고 물 흐르듯 평온하였으면 하는 바람과 닮아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곡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다. 이 곡이 작곡된 당시 빈 사람들은 절망적이고 우울했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했고 경제적으로 심한 곤경에 빠져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슬픈 현실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위로와 희망을 담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써냈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간절하고 소중한 메시지다.

또한 폴카를 듣고 있자면 발이나 고개가 자연스레 까딱까딱하는 것이 음악은 음의 성분에 따라 감성적 감동도 전하지만, 유쾌하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흥미를 주기도 한다.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걱정하지 말아요!'(ohne sorgen!) 폴카는 걱정할 새 없이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걱정하는 순간 호통을 치는 것 같은 심벌즈를 비롯한 쿵쿵거리는 타악기, 재잘거리는 현악기와 목관악기들의 수다스러운 음의 나열, 연주자들의 하!하!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신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진곡은 청중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연주되니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고 힘찬 기운마저 솟아나는 것 같다. 내면에 힘을 더해 일상에도 활기와 즐거움을 주는 순간들이다.

코로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낸 게 벌써 3년을 넘겼다. 많은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해도 아직도 우리들 마음 한편은 위축돼있는 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묶여있는 것 같다.

2023년은 개개인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움츠리고 있던 것은 펼쳐내고, 덮어두었던 것은 꺼내고, 잃었던 것들은 되찾아가는 과정이 더 깊어지는 한해로 삼을 것이라 믿는다. 새해에는 감상적인 태도와 사고로 아름답고 멋진 것들을 찾아내가며 마음이 터치되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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