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회의원 선거구, 유권자 뜻으로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1여년 앞두고 경북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이 확정됨에 따라 경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선거구는 군위·의성·청송·영덕 선거구(이하 A선거구라 한다)인데, 군위군의 이탈로 인근 다른 선거구에서 하나의 군이 새로이 편입되어야 한다. 현재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지역은 예천군과 울진군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평생을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구 조정 방안에 대하여 숙고해 보았다. 공직선거법 제25조 제1항에 의하면 국회의원 지역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하여 획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를 중심으로 최근 A선거구의 편입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는 안동·예천 선거구에서 예천군을 편입하는 방안과 영주·영양·울진·봉화 선거구에서 울진군을 편입하는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지리적 여건과 교통 사정 측면에서 볼 때 예천과 의성 간에는 교통량이 많지 않고 교통망도 발달되지 않아 지리적 접근성이 좋지 않으나, 울진과 영덕 간에는 국도가 관통하고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양호하며 교통량도 많은 편이다.

둘째, 경제 및 생활권 측면에서 볼 때 예천은 안동과 동일한 경제·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는 한편 영덕과 울진은 동일한 동해안 경제권과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셋째, 역사와 문화적 동질성 측면에서 볼 때 통일신라 때 안동시 일부가 예천군에 속한 적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예천군이 안동영지사부에 속하는 등 안동과 예천은 역사‧문화적 동질성이 매우 큰 반면 예천과 의성 간에는 역사‧문화적 동질성이 부족하다 하겠다.

넷째,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볼 때 경북도청을 대구에서 안동과 예천 지역으로 이전한 이유는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도청 소재지 시·군인 안동과 예천을 한 권역으로 묶고 이 지역을 낙후된 경북 북부지역의 신성장 중심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예천군은 안동시와 동일한 국회의원 선거구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예천군이 A선거구로 분리될 경우 지금 도청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행정통합을 위한 서명운동이 한창인데 통합운동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이상 4가지 측면에서 볼 때 예천군보다는 울진군이 A선거구로 편입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인구 감소 추세로 볼 때 영주·영양·울진·봉화 선거구에서 울진군이 A선거구로 편입되면 머지않아 인구 미달로 인한 조정 사유가 또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대비한 제3의 대안으로서 포항북구 선거구의 일부 지역을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국회가 선거구 획정 특례를 선거법 부칙으로 정하여야 한다.

2015년 6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서 정치적 중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하였다. 하지만 획정위원 선정 권한은 여전히 국회가 가지고 있어 선거구 획정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을 안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10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출범하였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위원은 정당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되었다.

획정위원 모두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을 갖고 공정하게 직무에 임할 것으로 믿지만 혹여 정치인의 사익을 대변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정치인의 뜻이 아니라 유권자의 뜻에 따라 획정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를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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