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달서구청, 표류하는 대구신청사 두고만 볼 건가

채원영 사회부 기자

지난 2019년 12월 22일 오후 대구시 신청사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터가 선정되자 이태훈 청장 등 달서구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22일 오후 대구시 신청사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터가 선정되자 이태훈 청장 등 달서구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채원영 사회부 기자
채원영 사회부 기자

2019년 12월 22일,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가 대구시 신청사 예정지로 확정되자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한 직원들, 구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북구 시청 별관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달서구는 극적인 드라마를 써냈다.

그때의 환호는 3년 만에 무색해지고 말았다.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채무 감축이 시정의 최대 목표 중 하나가 됐고, 필요성에 비해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은 재검토 도마에 올랐다.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신청사 건립 비용을 충당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시의회에서 설계 공모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은 '스톱'됐다. 대구시와 시의회라는 '고래'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새우'인 달서구청의 등이 터진 모양새다.

대구신청사는 지역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적인 정당성과 비가역성을 확보한 사업이다. 250명의 시민 대표가 2박 3일간 합숙 토론을 하며 최종 이전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대구 사회가 모범적인 대의·숙의민주주의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시민이 직접 '시민참여단'이라는 형식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최종 결정까지 내리며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보여줬다. 북구·중구·달성군 등 경쟁 후보지가 큰 잡음 없이 결과를 수용한 것도 절차적인 정당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신청사 사업 표류에 대한 달서구청의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사업 주체가 대구시이고, 두류정수장 부지가 시 소유인 점을 참작하더라도 그렇다. 달서구청은 대구시와 달서 구민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분명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청사 백지화를 우려하는 구민과 주도권을 쥔 시 사이에 끼어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신청사 유치 기념비 제막식 행사는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원래대로라면 본격적인 신청사 사업 추진을 앞두고 웃음 가득한 행사가 됐겠지만, 이날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표정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구청은 이 행사가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우려대로 많은 언론은 신청사 사업이 보류된 마당에 달서구청이 수백만원을 들여 '기념비'를 세우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민선 8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기념비 설치를 계획했던 구청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이 구청장은 행사 당시 "지금의 시대는 주민이 주인이지 정치가 주인이 아니다. 주민이 노력한 결과와 뜻을 정치가 담아야 한다"고 에둘러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신년사에서 '그린시티·스마트도시 달서'를 강조하면서도 신청사 추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대구 중심, 달서의 시대를 꽃피우기 위해 어떤 상황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우회적으로 신청사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을 뿐이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신청사 입지가 확정되자 이 구청장은 "기쁨과 감격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주신 달서구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청사는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대구 시민을 존중한다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상술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업이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로 표류하거나 자칫 좌초한다면, 민주사회 시민의 목소리는 설 곳을 잃는다. 달서구청이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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