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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기후시계, 멈출 수 있을까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동대구역 광장에는 '기후시계'가 있다. 최근 지나는 길에 슬쩍 보니, 6년 200여 일이 표시돼 있었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으로 막는 마지노선까지 불과 6년 200여 일 남았다는 뜻이다. 재깍재깍, 그 시간은 하염없이 줄어든다. 기후시계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전 세계 과학자, 기후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지구 온도 1.5도 상승은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생태계 붕괴이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상승한다. 일상적인 폭염과 물 부족, 홍수, 산불로 생태계와 인류는 생존 위기에 놓인다.

기후시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누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고, 다른 이들은 기후위기가 곧 닥칠 것이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그 위기를 막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들 것이다. 현실을 회피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의지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폐해를 과학기술로 막을 수 있다는 순진한 낙관주의 말이다. 그런데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기후위기 인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MZ세대는 '생활비' 다음으로 '기후변화'를 최대 걱정거리로 꼽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들은 MZ세대의 시선을 끌기 위한 환경 캠페인을 벌인다.

'기후우울증'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 때문에 불안, 분노, 무기력을 느끼는 것이다. 감수성 예민한 소수의 사례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 심리학회의 2019년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의 68%가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을 느꼈다.

물질만능과 편리를 좇는 우리 삶을 되돌아봐야 한다. 우선 일상화된 플라스틱 소비를 살펴보자. 플라스틱은 대량생산과 과잉 소비의 상징이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양이 800만t 이상.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때문에 매년 1억 마리의 해양 동물이 죽어간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플라스틱을 물 쓰듯 쓴다. 2016년 발간된 세계 63개국의 플라스틱 수지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2015년 기준)은 132.7㎏. 63개 나라 중 3위다.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됩니다" "일회용 용기는 빼주세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않기, 텀블러 휴대하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다행히 행동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을 새해 목표로 정한 사람들도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텀블러 사용 인증샷 올리기 챌린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삶, 기후위기 등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구에 부담을 덜어주는 물건'을 파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들도 낯설지 않다. 대구에는 30여 곳의 제로웨이스트 관련 가게들이 있다.

2019년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했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003년생)는 다큐멘터리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목을 끄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실제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해결책이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한 주에 한 번 채식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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