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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윤 대통령이 띄운 '선거제 개혁'

뉴스국 부국장
뉴스국 부국장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이 화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화두를 꺼낸 만큼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 호응할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선거제도 개편은 국회의원 300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렵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란 1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뽑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선거구 1개에서 1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최소화할 수 있고, 군소 정당이나 신생 정당도 의석을 얻을 수 있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한 뒤 1개 지역구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에서 지금의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뽑는 승자독식 구조다. 사표가 많이 발생해 민의가 왜곡되고 거대 양당 체제와 지역주의가 뿌리내리는 부작용이 있다. 선거의 당락이 후보의 능력이 아니라 정당과 지역 출신 여부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영남당, 호남당 등 특정 정당의 지역 패권 구도가 고착화됐다. '묻지 마 투표'가 이뤄지면서 편가르기와 이념 양극화, 국론 분열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경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총 290만3천91표 가운데 56%인 162만6천422표를 득표하고도 전체 의석의 96%(25석 중 24석)를 싹쓸이했다. 나머지 1석도 미래통합당 컷오프 후 무소속 출마를 한 홍준표 후보였다.

호남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전북에서 총 290만8천934표 가운데 67.3%인 195만9천771표를 득표하고도 전체 의석의 96.4%(28석 중 27석)를 가져갔다.

소선거구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는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승자독식과 지역주의 완화, 2위 낙선자가 받은 사표 방지 등 여러 장점이 있어 의원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대구경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매일신문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방명부식 권역별 중대선거구제 법안을 지난 21대 총선에 적용한 결과, 0석인 민주당이 대구에서 4석, 경북에서 4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구경북의 다양한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도권 의원과 영호남 의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만큼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역 의원들은 자신들의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결사반대를 한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더라도 호남에서 민주당이,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을 가져간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불리하다고 해서 현행 선거구제를 존속시킨다면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선진화는 요원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지역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면 보완 장치를 만들면 된다. 공직선거법은 총선 1년 전까지 지역구를 확정토록 하고 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정치 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정치 개혁을 통해 집권 2년 차 국정 어젠다를 제시했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에서도 상당 수준 검토됐던 사안이다. 개혁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다. 이제 여야가 화답할 차례다. 여야는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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