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신임 문화예술본부장이 기분 좋은 기억을 하나 끄집어냈다. 지난해 말 그는 문화예술본부장 면접을 보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동대구역에서 면접장 소인 중구 '대구예술발전소'로 향하기 위해 택시 기사에게 "옛 전매청 건물로 가 달라"고 했더니, "머리 좋은 청년들 모여서 작품 활동하는 곳 거기 말합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본부장은 이같은 답에 꽤 놀랐다고 했다. 대구에 충분한 문화예술 인프라와 인재들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내심 흐뭇했다. 문화예술본부장 자리에 오른 그는 다짐했다. 대구의 예술가들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시민들도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겠다고 말이다.
◆생활문화, 지역 편차 줄일 것
박 본부장은 문화 행정은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먼저 지원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30년 넘게 문화정책과 문화콘텐츠 일을 다뤄온 그는 생활 문화가 지역별 편차가 크다고 진단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도 있는 만큼 대구 내에서도 구(區)별 문화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골고루 분배돼야 한다. 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동쪽보다는 서쪽의 인프라가 부족해 이곳을 발전시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문화예술은 어두운 곳을 비춰져야 한다. 문화생활 접근에 기회가 잘 없는 분들을 위해 나서는 게 문화행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구·군별 문화재단과 협력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대상 문화 사업과 예술인 지원 사업의 중복은 피하고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문화재단과 소통 채널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활동 공간'도 중요
생활 속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미 대구에서도 예술 공간 마련을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성구는 상동·두산동 일대 주거지역에 예술문화를 연계한 공공예술촌을 조성하고 있다.
박 본부장 역시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심공동화 현상에 따른 목적이 없어지는 건물들을 생활문화예술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젊은 예술인, 창작 예술인들에게는 돈보다 공간이 필요하다.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다. 공간 사업은 유럽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나서서 공간을 마련해주는 '레지던스' 사업이 많이 필요하다"며 "도심 공동화에 따라 대구 중·남구에는 활용할 수 있는 건물들이 많다. 이를 생활예술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공간을 활용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의 운영권이 문화예술진흥원으로 넘어간다. 박 본부장은 두 기관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시민 친화적으로 공간을 리모델링시켜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도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을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소규모 리모델링을 구상 중이다. 전시를 관람하고 소규모 동호회도 진행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며 "예술은 간섭하면 안 된다. 판을 깔아줘야 한다. 지역 젊은 청년 예술가가 이곳에서 창작과 전시를 하고 시민들은 소비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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