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대 정원 확대가 대안? 의료계 "진료과목별 쏠림 더 심해질 것"

의료계 "새로운 수요 창출로 과잉진료, 건보 건전성 악화 우려"
수련병원 "소아응급전문의 등 전문의 채용으로 인한 적자 보전돼야"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주최로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주최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실시된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 과목에서 전공의(레지던트라고도 하며 내과, 외과 등 특정 진료 과목에 대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하는 의사) 지원율이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했다.

배출되는 의사 수를 늘려 필수 진료 과목으로 인력이 유입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필수 진료과목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원인은 의사 공급이 부족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필수 의료 분야의 취약한 수가 구조나 의료진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공급만 많아지면, 과잉 진료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마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진료과목별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로 꼽히는 진료과목들이 당장 눈앞에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문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의사) 중심의 진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공의 수급이 불확실해진 만큼 그간 전공의에 의존해 온 중증·응급 진료 분야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수련병원들은 정부가 필수 진료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의 채용으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응급실에 오는 소아 환자를 전공의들이 당번을 서가며 진료를 봤는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사라지면서 전문의를 별도로 고용해야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소아응급전문의는 채용하면 병원 입장에선 손해이기 때문에 처우를 낮게 제시할 수밖에 없어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수가 보전은 물론 연령 가산, 중재 상담료 산정 등으로 진료 시간에 따른 보상 등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관계자는 "수가 정상화를 통해 필수 진료 유지의 근간이 되는 1차 진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력 감소, 병상 축소 등을 방지하려면 입원 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며, 2·3차 병원이 소아 중증 질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질환에 대한 가산율을 인상하는 등 의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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