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기 어려울수록 나눔의 손길은 더 절실하다

연말연시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 등 복합 경제위기가 나눔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뜨거웠던 기부 열기가 경제 한파로 주춤해졌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거리의 자선냄비에도 온정의 손길이 뜸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23 나눔캠페인' 모금 실적(3일 기준)에 따르면 대구 모금액은 74억4천100만 원(목표액 100억 원), 나눔 온도 74.4℃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모금액의 87% 수준이다. 당시 나눔 온도는 93.5도를 기록했다. 대구모금회는 목표액을 지난 캠페인보다 10.7% 높였지만, 개인과 법인·단체 모두 기부를 줄이면서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경북 모금액은 현재 131억3천200만 원(목표액 152억6천만 원), 나눔 온도 86.1도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 129억8천100만 원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지만, 당시 나눔 온도는 94도였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연탄은행의 기부 실적도 저조하다. 구세군 대구경북본영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 달간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목표액 2억 원을 채우지 못했다.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도와주는 연탄 기부도 줄었다. 대구연탄은행은 2021년에는 11월 한 달간 1만3천여 장을 기부받았지만, 지난해 11월엔 8천 장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탄 기부는 기업, 봉사단체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번 겨울에는 이들의 활동이 부진했던 것이다.

기부가 주춤한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다. 지역 주택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고액 기부가 많이 줄었다. 게다가 올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으로 기업과 가계들이 돈줄을 더 죄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지만, 여유가 있다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미덕이 있다. 경제 혹한기일수록 취약계층에겐 나눔의 손길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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